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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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의 경제적 가치

  • 작성자황유선  부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실
  • 등록일 2015.02.24

오스카의 계절이 돌아왔다. 2월22일 (미국 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Dolby 극장에서 개최된 제 87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 ‘버드맨’이 작품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며 마무리되었다.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오스카상의 실제 제작원가는 400불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헐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겨냥하여 작품성 높은 작품들을 개봉하는 것을 보면, 이른바 ‘Oscar Bump’라 불리는 오스카상의 경제적 가치는 단순히 수상의 명예와 400불짜리 도금된 트로피로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관련 통계를 제공하는 미국의 boxofficeQuant.com의 분석에 따르면, 2000~2009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들의 평균적인 수입은 1,900만불(북미시장 기준) 정도이나, 같은 시기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작들은 이것에 6배 가까운 1억 900만불, 작품상 수상작은 이보다 높은 1억 4,300만불의 수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영화전문사이트 boxofficemojo.com은 오스카상의 경제적 가치를 가늠해보는 지표로써 연도별로 작품상 후보작들이 후보작으로 선정된 이후 얼마나 많은 극장매출을 올렸는지 비교분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후보작들의 선정 이후 극장 매출은 이들 영화가 현재까지 올린 전체 극장매출의 67%를 차지하는데, 이는 분석의 대상이 된 198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두번째로 높았던 해는 1988년으로 38%)

하지만 이러한 단순비교는 오스카상의 경제적 가치를 올바로 평가한다고 보기 어렵다. 영화의 작품성이 흥행성적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작품상 후보작들이 상대적으로 관객의 지지를 받는 작품이었을 경우, 오스카상 후보작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평균적인 영화들보다 높은 흥행수입을 올릴 수도 있으며, 영화의 개봉시기 또한 오스카상과 무관하게 후보작 선정 이후의 흥행수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67%라는 높은 수치는 후보작 중 하나인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후보작 선정 이후 기록한 가파른 매출 성장에 크게 기대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보작 선정과 때를 맞춰 상영관수를 4개에서 3,555개로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 오스카 효과를 등에 엎고 개봉관수를 늘리는 경우는 종종 발견되지만, 일부 대도시에 있는 몇 개의 극장에서 먼저 상영을 시작하여 영화의 성패를 가늠한 후, 이를 바탕으로 전국개봉(wide release)를 하는 전략 또한 오스카상과 관계없이 일반화된 스튜디오의 전략 중 하나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영화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이 영화의 전국개봉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으며,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국개봉시기를 작품상 후보작 선정 이후로 맞췄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할 것이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제외하고 후보작 선정 이후의 매출 비중을 다시 계산해보면 이는 절반 수준인 32% 정도로 떨어진다.

보다 엄밀한 분석은 Colby College의 Nelson 교수의 2001년 논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논문은 오스카상 작품상 후보작들과 이와 같은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후보작으로 선정되지 않았으나 높은 흥행수입을 기록한 영화들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오스카상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하였다. 이 논문의 추정치에 따르면 작품상 후보작 선정의 경제적 효과는 약 480만불, 작품상 수상의 효과는 1,270만불에 이른다. 이를 물가지수를 이용하여 2014년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각각 708만불, 1,873만불이 된다. 다시 말해,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는 후보작으로 선정되지 않은 영화와 비교했을 때 북미시장에서 대략 2,581만불의 추가적인 극장매출을 올린다는 결론이다. (원화로 대략 284억원) 2014년 북미에 개봉된 영화의 평균 극장수입이 약 1,500만불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스카상의 경제적 효과가 얼마나 큰 지 가늠해볼 수 있다. 또한, 오스카상 수상의 효과가 극장수입에 국한되지 않고 DVD나 케이블 TV, 그리고 해외시장 등의 추가적인 수입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품상 수상의 경제적 효과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다.

오스카상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글을 작성하면서 국내 영화 시상식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청룡영화제, 대종상, 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시상식은 많지만, 이들 시상식의 경제적 효과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 시상식이 영화의 흥행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며, 한 해 동안 좋은 영화를 만들어 온 영화인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자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아카데미 시상식을 상업적으로 기민하게 이용하는 헐리우드 스튜디오들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안정된 시스템이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는다.

그나저나 아카데미 시상식은 끝났고, 작품상으로 선정된 영화 ‘버드맨’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 내 안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3월에 국내개봉을 한다고는 하지만, 생후 4개월된 아들내미가 눈을 부릅뜨고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마당에 극장경험은 언감생심 기약이 없다. 극장흥행이 잘될수록 VOD 출시는 늦어질텐데… 올해 오스카상의 효과가 국내시장에서 얼마나 클 지 한번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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