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 글로벌ICT기업은 경쟁력이 한층 강화돼
ICT는 산업경쟁 허물고 갈수록 복잡한 양상 변모
ICT산업 체질 개선해 신성장동력 집중 발굴해야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은 얼마 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발표했다. 중국 제조업체의 부상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한 존재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작년에 우리는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를 경험했다. 동일한 환경에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실적이다. 이렇게 글로벌 ICT기업과 우리나라 대표기업의 성과가 대비될 때마다 대두되는 것이 ICT 위기론이다. 비록 한 기업의 성과에서 시작된 논의지만 이를 통해 ICT 위기론의 실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 ICT를 둘러싼 작금의 환경은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의 ICT 위기론은 우리가 잘하던 분야(하드웨어)의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후발자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는 반면 약한 분야(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중요성은 증대하지만 선발자와의 거리는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ICT의 제조기지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스마트폰, TV에서의 제조경쟁력뿐 아니라 인터넷, SW플랫폼에서의 경쟁력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애플은 물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된 느낌이다. 그간 삼성에 밀리면서 수모를 겪었던 일본기업들도 반격을 준비하고, 우리의 진출 대상국으로만 여겼던 동남아국가들도 조만간 우리의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이다. 한 마디로 '입체적인 넛크래커'에 끼인 상황이다.
ICT 위기론의 실체가 이러한 것이라면 다음에는 ICT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자. 그 동안 흔히 접했던 ICT가 우리나라 수출과 무역수지, GDP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는 잠시 접어두기로 하자. 그보다는 국제기구인 ITU가 작년에 "ICT는 사회적·경제적·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핵심 조력자(enabler)"라고 결의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ICT의 중요성은 점차 증대하고 있다. 앞에서 말한 글로벌 ICT기업들은 ICT산업 자체뿐 아니라 자동차, 상거래,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면서 전방위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모든 것이 연결되는 IoT(사물인터넷)시대가 도래하면서 ICT는 우리 경제·사회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부문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각 산업내 경쟁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제 모두가 모두에 대해 경쟁하는 복잡한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쯤에서 잠시 생각을 해보자. 현재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주목할 만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떤 기업들인가? 동영상 플랫폼에서 출발해서 전통 미디어를 위협하고 있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무인자동차를 개발한 구글, 획기적인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알리바바, 인지컴퓨팅 기술을 활용해서 의료산업에 빅데이터 분석을 시도하고 있는 IBM과 구글 등 모두 ICT기업들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여기에 있다. ICT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촉매제이며, ICT와 타산업의 융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ICT 기반 자체가 튼튼하지 못하면 이를 기반으로 한 융합과 창조경제의 실현도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위기론이 사실이라고 해도 움츠러들기보다는 위기를 혁신의 기회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미래가 우리를 만들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우리가 미래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ICT 정책은 이러한 점에서 시의적절하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부문의 경쟁력 강화로 우리 ICT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이렇게 강화된 ICT 경쟁력을 타 산업으로 전이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려는 방향은 바람직하다. 정부주도 성장전략의 한계를 인지하고 민간지원이나 규제개혁을 포함한 제도개선 등의 환경조성에 초점을 맞춘 것도 의미가 크다. ICT융합 영역이 확대됨에 따라 ICT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중심으로 타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융합 가속화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큰 방향을 잘 잡았으니 이제는 구체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ICT로 변화된 살기 좋은 세상을 하루 빨리 실제 경험할 수 있게 되기를 고대해 본다.
* 본 칼럼은 디지털타임스 2월 25일(수, 오피니언 22면) [포럼]에 게재된 글입니다. (☞ 해당기사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