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지하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통해 단기간에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성공전략을 토대로 ‘90년대 이후부터는 강력한 R&D 정책을 통해 기업의 R&D 투자를 유도하고 혁신시스템을 개선해 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12년 총 연구개발비는 약 55조 5천억 원으로 ’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GDP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4.4%로 전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제 성장을 이끌 신성장 동력의 확보 미흡, 기술무역 적자의 지속, 안전·건강·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국가 R&D의 역할 미흡 등 기존의 추격형 R&D 전략의 한계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경로를 창출하는 탈추격형 R&D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에 따라 선도형 R&D로의 전환, 창조경제 국정목표를 통한 창조적 R&D 등으로의 R&D 패러다임 전환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OECD국가에서는 Bottom-up 방식의 혁신체계(수요기반 혁신)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었는데, 이는 고령화, 보건 및 환경과 같은 사회적 요구가 많은 분야의 혁신을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R&D 체질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Bottom-up 방식의 혁신체계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함에 따라 이러한 혁신체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Bottom-up 방식의 혁신체계는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최근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시스템으로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Living Lab이 있다. Living Lab은 IT 및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기술을 대하는 행동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혁신 공간으로 초창기 생활 속 실험실이라는 협의의 개념에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삶의 맥락 속에서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혁신을 일으키는 광의의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이제 Living Lab은 가치사슬내의 여러 참여자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과학기술 및 ICT의 상용화에 대해 구체적인 현장의 여러 면을 시험할 수 있게 하고 혁신의 사회경제적 역동성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처럼 Living Lab은 사용자 인사이트와 경험으로부터 나온 정보를 추출하고 활용할 수 있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최근 부상하는 미래 기술의 개발과 시장 창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해외 Living Lab이 활용되는 산업분야는 창조산업, e-러닝, e-웰빙, e-보건, 스마트에너지, 스마트시티 등으로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위한 R&D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14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350개가 넘는 Living Lab들이 ENoLL(The European Network of Living Lab)이라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영역에서 Living Lab과 유사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체계적인 한국형 Living Lab 플랫폼은 걸음마 단계이며, ENoLL에 가입된 Living Lab도 전무한 실정이다. 그나마 최근 서울시에서 차세대 업무 플랫폼 모델 구축과 사물인터넷 단지 구축에 Living Lab을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국내 대학들도 창조산업의 일환으로 의료 및 교육 분야에 게임을 접목시킨 기능성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Living Lab을 활용하는 등 시작 단계에 있다.
한국형 Living Lab이 시작단계를 넘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Living Lab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사용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적극적 참여를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시범사업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것이다. 또한, Living Lab을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하여 실질적으로 혁신체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연-민-관 거버넌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Living Lab은 크라우드 소싱을 통해 새로운 혁신의 원동력을 발굴하고 기술-시장 간극을 좁혀주는 좋은 시스템임에 틀림없으므로 한국형 Living Lab이 국내 혁신체계에 도입되고 활성화된다면 한국인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고려할 때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