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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혁신의 딜레마

  • 작성자김태오  연구위원
  • 소속방송미디어연구실
  • 등록일 2015.08.12

 혁신(innovation)의 사전적 정의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네이버 국어사전). 이와 같은 개념을 입체적으로 다시 살펴보자. 우선,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등이 혁신의 대상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상은 ‘묵거나 낡아야’ 한다. 또한, 이러한 혁신의 대상을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의 범주에 들어가는 성과에 대한 ‘규제’는 혁신의 의욕을 꺾는 것으로 치부된다. ‘성장판을 닫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요인으로 ‘규제’가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의 역기능을 논하기에 앞서 ‘특정성과(output)가 과연 혁신에 해당되느냐’가 먼저 규명되어야 한다.

  첫째, 혁신의 대상은 그 확장성이 무한정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별다른 논쟁을 유발하지 않는다. 심지어 ‘규제’ 자체도 이미 오래전부터 혁신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둘째, 혁신의 대상은 묵은 것이어야 한다. ‘묵다, 낡다’는 것은 객관의 영역이 아닌 주관적 가치평가의 영역이다. 이를 논증하기는 무척 어려울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혁신의 대상이어야 할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현 상태가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혁신의 결과는 완전히 새로워야 한다. 특정한 혁신의 대상을 혁신의 목표로 삼아 이를 바꾸려고 노력하였으나 그 결과가 완전히 새롭지 않았다면 이러한 혁신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완전히 새로운 결과여야 한다는 것도 주관적인 판단영역에 속한다. 혁신의 대상인 기존의 것과는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 것인가? 이처럼, “이것이 과연 혁신인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넘어야 할 만만치 않은 난관이 ‘혁신’이라는 표현 속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판단과정 끝에 특정성과를 혁신의 결과라고 할 수 있더라도, ‘이에 대해 규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규제는 ‘regulation’이다. regulation의 라틴어 어원인 ‘regula’가 의미하는 잣대 내지 척도(ruler), 규칙(rule) 등을 뜻한다(박정훈, 2013, “규제 및 규제개혁의 의의와 규제의 피드백”, 《규제개혁의 참된 의미와 올바른 방향》). 이러한 기준을 미리 정해놓은 것은 나름대로 그 이유가 있다. 이를 규제목적이라고 한다. 또한, 규제로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다. 규제가 완화되거나 없어지면 피규제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그 규제로 보호되고 있던 국민이나 반사적 이익을 누리는 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이원우, 2008, “규제개혁과 규제완화”, 《저스티스》).

  앞선 혁신의 개념정의에 따를 때, 혁신의 대상이 이미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면, 이에 대한 규제 역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규제목적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근거와 수단이 없더라도 여전히 규제가 필요할 상황일 수 있다. 혁신의 성과물 역시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성과물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보호,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득권자와의 이해관계는 반드시 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다면, 일방적으로 누구의 손만을 들어주는 결과가 된다. 혁신을 규제할 것인지의 여부도 이와 같은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내린 판단결과여야 한다.

  오늘날 ICT 기업의 오프라인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O2O(Online to Offline)이다. 우버, 쿠팡의 로켓배송, 에어비앤비 등은 이러한 O2O 비즈니스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혁신의 성과라면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왜 그런 것일까? ‘이들 모델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과연 혁신에 해당되는가? 혁신이라는 포장으로 기존의 규제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아닌가? 혁신에 해당되더라도 이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기존의 사업자 이익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이에 대해 딱 부러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내던져 버리고 일단은 이러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자는 입장이 바람직한 대응책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많은 물음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고사성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다.

(이 칼럼은 필자가 2015년 5월 『경제규제와 법』 제8권 제1호에 게재한 “ICT Based Innovation and Existing Regulation: focused on the Taxi-like Uber Service in Light of Jurisprudence” 논문의 문제의식에 기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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