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TV를 켜면 ‘요리’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이제는 ‘삼시세끼’와 같은 TV프로그램에서 유명 쉐프가 아닌 일반인도 요리도 하고, 유명 쉐프가 가정의 냉장고 속 재료로 소위 ‘집밥’을 하는 등 이제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그럴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ICT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은 ICT업계의 요리와 같다. 조금 노력하면 누구나 할 수 있고 후광효과도 상당할 것 같아 보여 ICT기업뿐만 아니라 비ICT기업들도 너도나도 근처를 기웃거리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사물인터넷은 대부분 유선이 아닌 무선(wireless)을 통한 사물간의 연결을 토대로 하는데, 다소 과장하여 말하면 이러한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리재료인 ‘주파수’에 대하여 들어본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5G 이동통신 근처에 가면 주파수 얘기가 들리는데, 대체적으로 주파수는 어떻게든 공급될 것이라는 신뢰(?)가 있는 것 같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 재료의 공급이 충분치 않다면 요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기존 기술에 깊이를 더해 더 잘하는 것을 ‘효율’이라고 하고, 새롭고 다양한 기술을 시도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간단히 생각해보자. 효율과 혁신 간에 별다른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한정된 자원을 나누어 줘야할 때 둘 간에는 대체성이 나타난다. 그동안은 수요가 높은 이동통신서비스에서 LTE 기술의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주파수를 공급해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갈수록 주파수 수요량은 증가하고 수요처가 다양해지고 있는 반면 주파수의 공급은 탄력적이지 않은 현실에서 사물인터넷과 같은 아직 주류가 아닌 혁신에도 주파수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우선, 기존에 많은 주파수가 공급된 곳에서 새로운 혁신이 쉽게 진입할 수 있을까? 대표적 예는 이동통신서비스인데, LTE 주파수를 이용한 M2M 서비스 등이 이미 확대 중이나 기존의 이동통신사 중심인 탓에 이동통신의 관점을 벗어난 새로운 기업, 혁신적 기술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진입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비면허주파수는 어떨까?, 그동안 WiFi 생태계 조성, 소비자 편익 증대 등 혁신적인 성과가 돋보였지만 비면허 기기가 증가할수록 사용자경험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면에서 이 주파수가 적합한지 의심을 가질 수도 있다. 또한 한번 개방하면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에서 주파수 공급 확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공공부분에서 이용 중인 공공주파수를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파수를 보유한 공공기관이 직접 주파수 임대나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정부가 나서 경매를 통해 수요자에게 나누어주려는 정책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시장거래 시 매매당사자간 비대칭정보에 따른 거래비용이 높아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실패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 더욱이 신기술이라면 말할 필요가 없다. 주파수 경매도 이동통신사 등 기존의 기업·기술·서비스가 주파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행인 것은 지금까지 언급한 면허, 비면허, 공공주파수 각각만 살펴보면 혁신의 진입이 어려워 보일 수가 있으나 실제로 주파수 공급은 상황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약간의 주파수대역을 사물인터넷용으로 정하여 비면허가 아닌 면허받은 기기의 사용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사물인터넷과 같이 예단하기 어려운 수요가 무궁무진해지는 점을 잘 살펴 이와 같은 변화에 적합한 주파수 공급의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