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에서 잠시 논란이 되었던 유튜브 동영상 중에 “로봇 학대”라는 것이 있다. 현재 구글의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만든 4족 보행 로봇 개, 스팟(Spot)의 시연 동영상이다. 동영상에서는 이 로봇 개가 기어갈 때 매우 안정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옆에서 사람이 스팟의 허리를 발로 차는 장면이 등장한다.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가던 스팟은 사람 발에 채여 잠시 비틀거리더니 이내 중심을 잡는다. 진짜 개가 사람한테 맞는 모습과 너무나도 유사한 스팟의 움직임으로 인해 이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뜻밖의 공분을 샀다. 동영상이 잔인해 보인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잠시 로봇 윤리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시각적 관성에 의한 무의미한 동정심의 발로일 뿐이라는 결론으로 논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정리되었다. 이 논쟁과 관련하여 영국 셰필드 대학교의 노엘 샤키 교수는 기계에 대한 동정심이 윤리적으로 의미가 있느냐에 대한 대답은 기계가 의식을 가지고 고통을 느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다수의 수학자들과 컴퓨터 과학자들이 그러한 기계의 탄생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논쟁은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장면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한 앞으로 이러한 논쟁은 점점 확대될 것이고 그것이 윤리 논쟁일 필요도 없다. 요즘 로봇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랑스러운 동물이나 사람을 소름끼칠 정도로 닮은 로봇이 우리 옆에 있게 될 것 같으니까. 윤리적으로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면 앞으로 로봇을 불쌍하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인가.
요시우라 야스히로가 각본과 감독을 맡아 제작되어, 2008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제공된 6부작 애니메이션 “이브의 시간”은 인간의 생활을 돕는 가정용 안드로이드가 대중화된 (가까울지 멀지 알 수 없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안드로이드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의 차이와 갈등의 문제를 매우 섬세하게 다루었다. 여기서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운영체제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란 뜻이다. 가볍게 보면 감수성 예민한 고교생 리쿠오와 예쁘고 사랑스러운 안드로이드 사미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그냥 낭만적인 이야기 같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우리가 경험했던 스팟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벌어질 것인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정책연구자의 관점에서도 상당히 흥미를 끌 만한 이야기이다. 배경이 되는 가까운 미래의 일본 사회에서 안드로이드는 사람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기에,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머리 위에 홀로그램 링(마치 천사의 상징 같은)을 항상 켜고 있을 것을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윤리위원회”라는, 매우 권위 있어 보이는 이름의 단체(정부 조직은 아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한 보수적 사회단체이다.)가 등장하여 기계의 남용을 경계하자는 취지의 공익 캠페인을 길거리 대형 광고판을 비롯한 온갖 장소에서 하고 있으며, TV에서는 안드로이드에게 애정을 쏟는 사람들을 마치 비정상적 의존증 환자인 것처럼 조롱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자연스럽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안드로이드에 호감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부끄러운 일이다”라는 견고한 프레임의 지배를 받고 있지만, 시청자는 그 프레임 바깥에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보면서 궁금함이 생겨나게 된다. 저런 프레임을 굳이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왜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렇게 위화감이 없느냔 말이다.
“이브의 시간”에서 등장하는 갈등은 우리가 실제로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왔던 사회 갈등들과 여러 가지 면에서 닮아 있다. 변혁의 시기에,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바뀌면 인간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과거와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에서 예전에는 몰랐던 인간의 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를 만난다. 새롭게 발견된 본성에 충실한 행동은 불가피하게 기존의 사회질서를 바꿀 것을 강요하기에, 기존의 질서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갈등의 승패는 늘 달랐고, 어느 쪽이 옳은 가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때로 사회는 갈등의 승패에 따라 과거의 사회 질서로 되돌아가기도 한다. 로봇의 발전이 촉발시킬 논쟁과 갈등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참고
“Introducing Spot” (https://www.youtube.com/watch?v=M8YjvHYbZ9w)
“로봇 개를 발로 차는 것은 잔인한가?” 전자신문(2015.02.17.), (http://www.etnews.com/20150217000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