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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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t be evil, 베이맥스

  • 작성자정법근  인턴연구원
  • 소속통신전파연구실
  • 등록일 2015.03.03

얼마 전 개봉한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Big hero)’에는 베이맥스라는 귀여운 로봇이 등장한다. 커다란 머쉬멜로우 같이 생긴 이 로봇은 자신을 개인건강관리 로봇이라고 소개한다. 주인공인 히로의 사춘기를 걱정해줄 정도로 심성이 착한 로봇이지만, 실용적인 면에서 볼 때엔 그다지 훌륭해 보이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내내 헬스케어 기능이라고 해봤자 인체를 스캔하고, 상처부위를 찾아 연고를 발라주는 것이 다 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느리고, 조금은 멍청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형의 죽음을 목격한 천재 공학도 히로가 악당에게 복수하기 위해 베이맥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 베이맥스는 전투로봇으로 탈바꿈한다. 하늘을 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기도 장착한다. 결국 베이맥스가 악당을 물리치고 주인공 히로는 복수에 성공한다.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이지만, 이 영화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 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국내 관객 수 247만 명을 넘을 정도로 대중성도 인정받았다. 이 영화를 보면 누구나 ‘나도 베이맥스같은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베이맥스는 매력적인 로봇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베이맥스가 과연 선(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질 않는다. 주인공의 형인 다카시가 개발할 당시 베이맥스는 개인건강관리 기능만 가진 로봇이었다. 우리가 기억하는 귀여운 베이맥스는 이 베이맥스다. 이때의 선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 관객은 베이맥스가 전투로봇이 되어서 도시 전체 시민들의 몸을 스캔하고,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도 착하고 사랑스러운 베이맥스만 기억한다. 베이맥스가 처음에 착하고 사랑스러웠던 이유는 다카시가 그렇게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고, 나중에 베이맥스가 폭력적으로 변한 건 히로가 폭력적으로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이다. 즉, 베이맥스의 善과惡의 변화 그 보이지 않는 뒷면에는 결국 ‘인간’이 있다.

귀엽고 착한 베이맥스가 복수심에 불탄 히로의 손을 거쳐 전투로봇으로 변한 것처럼 우리가 현재 편하게 사용하고 있는 ‘그 무언가’가 어느 순간 우리를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로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통 사람들이 어떤 대상에 대해 처음에 선한 프레임을 가지게 되면 나중에 부정적인 정보를 접하게 되더라도 그 이미지는 쉽게 깨지지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구글을 먼저 살펴보자. 구글의 모토는 ‘Don’t be evil’ 다시 말해, ‘사악해지지 말자’이다. 구글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해 지리정보를 가졌고, 많은 책들을 e-book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웬만한 웹페이지도 구글이 모두 저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구글은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사악해지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 안심하고 우리를 믿고 맡기라고.” 하지만 만약 구글이 어느 순간 사악해지기로 변심하면, 과연 누가 이를 견제하고 막을 수 있겠는가?

사실 이러한 ICT기업이 가지는 부작용은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다가와 있다. 앞서 본 구글뿐 아니라, 애플은 스마트폰을 통해 당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 게다가 당신이 포스퀘어(Foursquare)나 페이스북(Facebook)에 포스팅을 하는 순간 당신이 누구랑 어디서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세상은 알게 된다. 그뿐 아니라 아마존(Amazon.com)은 당신의 구매패턴을 분석하여, 당신의 취미, 식습관, 취향도 알고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피트니스 밴드 회사인 핏빗(Fitbit)등은 심지어 당신이 얼마나 자고, 얼마나 먹고, 얼마나 운동을 하며, 혈압이나 심박수 등의 건강상태도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들’은 우리보다 나 자신을 훨씬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그리 놀라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그들’이 우리를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뿐이다. 아니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왜냐면 ‘그들’은 초기 베이맥스가 그랬던 것처럼 옛날엔 착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처음 구글이 등장했을 때,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소개했을 때, 아마존이 알아서 내가 원했던 상품을 추천했을 때 사람들은 얼마나 ‘그들’에게 열광했던가. 적어도 그때 ‘그들’은 편리하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착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우리의 위치정보를 파악하여 주변상점들의 광고나 쿠폰을 푸시(push)할 뿐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귀찮게 만든다. 마치 항상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에 우리는 과도한 자기검열을 하며 살고 있지는 않는가. 현대인에 삶은 마치 ‘파놉티콘’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의 삶과 유사하다는 기분마저 든다.

오늘날 과학기술이 가지는 영향력은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IC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소수의 ‘그들’은 우리의 프라이버시 영역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그 힘을 누가 컨트롤할 수 있는지도 중요해졌다. 우리는 이러한 기술 영향력의 확대와 ‘그들’이 우리의 삶에 침투하는 것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보여주는 ‘Don’t be evil’이라는 말만 순진하게 믿고 살기에는 현대는 너무나도 각박하고, 무서운 세상이 아닌가. 그들이 ‘Let’s be evil’로 돌변했을 때, 당신만을 위해 싸워줄 베이맥스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극단적으로 기술 발전을 배척하자거나 문명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이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브레이크는 가져야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인류가 타고 있는 이 버스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얼마나 빠르게 가고 있는지 우리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위급상황 발생 시 우리가 방향전환도 할 수 있고, 브레이크도 밟을 수 있지 않겠는가. 눈먼 운전수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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