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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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혁신 시스템의 기로

  • 작성자조유리  부연구위원
  • 소속ICT산업연구실
  • 등록일 2015.12.14

올 한해 ‘핀테크’는 화두였다. 대통령의 ‘천송이코트’ 발언 이후로 금융당국은 지불결제 관련 규제를 상당부분 개선하였고, 이에 따라 2015년 2분기 전자결제금액이 사상최대치인 22조원에 달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었다. 얼마 전에는 온라인으로만 거래를 하게 될 인터넷전문은행의 예비인가심사가 있었으며, 다음카카오 주도의 (가칭)카카오뱅크, KT 주도의 (가칭)K-뱅크가 예비인가를 받고 사업을 준비중이다.

국내 핀테크 논의의 상당부분은 해외시장의 성장에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핀테크 붐의 시작은 영국과 중국이다. 금융위기 후 경기침체에 따른 대안으로 런던시는 금융허브로서의 인프라와 고급 ICT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핀테크 부문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고, 이는 폭발적인 시장반응으로 이어졌다. 결제, 소프트웨어, 플랫폼, 데이터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핀테크 기업이 출현했다. 중국의 경우, 공공부문의 은행 역할이 저조한 상황에서 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가 알리페이, 위어바오 등을 도입하면서 일반금융소비자 시장에 깊게 침투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해외의 성공사례와 더불어 영국, 중국 외에도 싱가포르 등 많은 외국 정부들이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리도 정부 주도로 핀테크 활성화를 논의하게 되었다. 때문에 핀테크 분야와 관련하여 우리는 자연스럽게 선도자가 아니라 대응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가 대부분인 것 같다. “어느 나라의 누가 어떤 서비스를 한다는데, 우리도 비슷한 걸 하려면 이런저런 규제를 풀고 무슨무슨 기술표준이 있어야 된다더라”는 식이다.

하지만, 핀테크 열풍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간편결제, 로보어드바이저, 인터넷전문은행 등 단일 서비스별로 시장수요분석, 기술개발, 규제개선으로 접근하게 되겠지만, 거시적으로는 개방형 혁신, 즉 오픈이노베이션이 금융업에 도입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다시 말해, 대형금융기관의 내부 연구개발로 이루어졌던 대부분의 금융정보화 프로세스가 외부 혁신을 탐색, 흡수, 내재화, 변형, 부가하는 형태로 진화할 가능성을 도모하는 단계가 되었다는 것이다. 내부연구개발(in-house R&D)은 기존 기술에 점진적인 혁신을 가미하고 기존소비자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적절하겠으나, 전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는 일은 신생기업과 개방형 혁신이 더 장점을 가진다. 이를테면, 투자액, 업체수, 세계시장의 영향력을 판단했을 때, 핀테크 강국이 앞서 언급한 영국이나 중국이 아니고 미국, 그것도 실리콘밸리라는 것에서 최근 핀테크 혁신의 개방성을 엿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두터운 창업생태계는 다양하고 진취적인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고 엔젤, 벤처캐피탈,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유망한 스타트업을 투자하고 인수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에서 페이팔이 성장하고, 렌딩클럽이 출현하며, 삼성페이의 MST 기술을 개발한 루프페이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IT기술을 금융에 융합하는 핀테크의 미래는 현재 시장주도세력인 대형금융기관의 혁신 자세에 달려있다. 계속해서 내부 IT 조직을 이용하는 혁신의 길을 갈 것인지, 외부혁신을 흡수하고 발전시키는 방식을 배울 것인지 말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내부에서 개발할지, 외부의 기술과 업체를 탐색하여 인수합병하거나 기술제휴를 맺을지를 이제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조금 억지스럽게 말한다면, 금융혁신의 시스템이 삼성스타일이 될 것이냐, 구글스타일이 될 것이냐의 기로라고 하겠다. 개방형 혁신은 말처럼 쉽지 않으며, 내부 기술 조직은 외부 혁신에 대하여 끊임없이 탐색과 평가를 내려야 하는 고도의 기술역량이 필요하다. 그 외의 조직들도 인수나 합병과 같은 전략적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조직문화가 요구된다. 이는 국내 금융기관 뿐 아니라 해외 유수의 은행들도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엑센츄어가 런던과 더블린의 핀테크 이노베이션 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세계 유수 은행의 고위 임원들 25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절반 넘는 응답자가 핀테크 혁신에 대한 가장 큰 걸림돌로 내부 조직문화의 경직성을 꼽았을 정도이다. 하지만, 핀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연간 200%로 성장하고, 은행과 핀테크기업 간의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는 환경에서 금융기관은 관망만 하고 있기는 어렵게 되었다. 금융혁신시스템에 대한 고찰과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부의 핀테크에 대한 자세도 금융혁신의 주체와 형태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무엇이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성찰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각론은 다양하고 자세하겠지만, 철학은 명확해야 일관적인 정책방향이 가능하다. 더 많은 인력과 기업들이 금융서비스의 혁신을 고민하고, 더 많은 협력과 경쟁이 일어나는 산업구조를 원한다면 새로이 등장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생태계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될 것이다. 우리의 은행이 실리콘밸리를 탐색하게 되고,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P2P대출기업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창조경제가 어쩌면 핀테크 생태계에서 꽃을 피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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