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통일부가 남북 민간교류를 유연하게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3일 후인 5월 26일 대북인도지원 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했다. 핵과 미사일 등 정치군사적인 사안 하에서도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 등은 재개하겠다는 현 정부의 통일에 대한 적극적 의지로 해석된다. 2010년 5.24조치로 남북간 소통과 왕래가 끊어진지 꼭 7년만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하에서의 정부 발표여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시각이 이전과는 현격히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해석은 떠나서 어쨌든 남북간 교류협력이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적 사실은 관계자들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남북 교류협력의 연혁과 ICT 교류협력의 방향성 등을 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남북간 공식적인 교류협력이 시작된 시점은 언제로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은 6.25전쟁 직후 북진통일, 반공정책 등의 기조를 거쳐 국제정세에 맞춰 1972년 헌법개정을 통해 전문에 최초로 평화적 통일을 명시하였다. 이를 계기로 대한적십자사가 북한과의 인도적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남북간 공식교류의 시초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는 당시 헌법상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분단상황을 이해하고 평화적 통일을 위해 상호 교류·협력해야 하는 대상으로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후 1990년 우리 정부는 남북한간 인적, 물적 교류와 협력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을 제정·시행했다. 교류와 협력에 대한 승인, 신고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법률로 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류는 상호 오고간다는 의미로 볼 때, 직접적인 교역이나 왕래, 사업 등에 대해 사람과 물건이 오고간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나아가 이에 대한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고 해석하면 타당할 것이다.
법 제정이후 남북간 교류협력사업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 남북 사회문화 전반에서 직·간접교류가 이루어져 폭넓은 교류협력사업이 추진되었다. 일반경제 전반인 산업, 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 의료, 금융, 농업 등 전분야에 걸쳐 북한과의 협력(주로 북한지역 개발과 지원, 개선위주로 진행) 하에 많은 정보교류 및 그에 따른 진전이 있었다. ICT 이외의 분야는 북한의 수요와 맞물려 대체적으로 정보가 원활히 공개되었고, 당시 나름 보다 정밀한 세부 정보교류를 통해 남북이 함께 협력하여 수립한 통합방안들도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ICT 분야는 대체로 그러하지 못했다. 방송분야에서는 남북간 방송프로그램, 다큐멘터리 공동제작·방영, 공연 생중계 등 다양한 교류협력사업이 추진되어, 방송인프라설비 및 기술정보, 인력지원 등을 추진하면서 낙후된 북한의 방송환경을 개선해 주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공개한 정보는 매우 단편적이었고, 방송프로그램 제작 등도 송출이나 편집 등은 북한이 단독으로 행했으므로 상당히 제한적인 교류였다고 볼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도 북한의 필요에 의해서 요구되는 분야에서 많은 지원이 있었고, 과학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교류도 일정기간 이루어졌으나,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경색 하에서 단절된 상태이다. 통신분야는 전통적으로 북한당국이 체제유지와 관련하여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극히 제한된 범위내에서만 협의가 이루어져 왔다. 직접교류 당시에도 사실상 단편적인 현황정보 이외에는 어떠한 정보교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재까지도 그러한 상황은 지속되고 있다.
통신을 매개로 하는 ICT 인프라와 이를 통한 산업연관 시너지 등은 도외시 할 경우, 사회발전과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최근 북한도 이동전화 스마트폰 중심의 생계활동이 북한경제의 중요한 근간이 되고 있고, 유선 인트라넷,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을 통한 단순한 전자적 형태의 상거래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북한에도 ICT 중심의 국가경제 기반이 형성되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을 가지게 한다. 결국 북한도 이러한 세계적 추세를 도외시 할 수는 없는 것으로, 향후 ICT 중심의 인프라 고도화 등 내적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과의 통합을 준비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사회통합과 통일비용감소 등을 위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ICT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함은 필연일 것이다.
5.24 조치이후 정부가 ICT 교류협력사업의 전면에 나서 주도하기는 어려웠지만 지속적으로 정책적인 연구사업의 토대는 제공해 왔으며, 이를 통해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학자, 민간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동안의 노력과 인내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현 상황 하에서 정치군사적 대응자세는 견지하되, 사회문화적 협력관점에서 ICT 협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비정치적 의제나 공통 관심주제들을 도출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북한에 제안해 나갈 수 있도록 하면 좋을 듯하다.
금번 통일부 대북 접촉 승인은 이제까지의 경색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계기로 보여 진다. ICT를 비롯한 일반경제 전반에서 북한이 엄격히 통제하는 분야는 원할만한 주제로 교류협력을 제안해보는 시도도 필요해 보이며, 원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도에 맞게 양보 및 조정은 하되, 과거 해커 양성이나 퍼주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균형적인 정책판단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남북간 ICT분야 교류협력사업이 다시 활성화되어 민족 화해와 화합을 통한 통일을 앞당길 수 있도록 관련 정부당국자나 전문가들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