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원이 주로 연구하는 산업분야는 정보통신산업으로, 성장과 변화의 폭이 여타 산업에 비해 엄청나게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연구원이 1985년 2월 4일 통신정책연구소로 개소할 당시 ’85년의 정보통신산업은 총생산이 4조 5,228억원, 수출 18억불(무역적자 6억불)에 불과하였지만 ’02년도에는 총생산이 187조454억원, 수출이 463억불(무역흑자 156억불)로 불과 20년 사이에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생산 50배, 수출 25배 등으로 刮目盛大하게 급성장하였다.
또한 ‘80년대 당시 통신서비스라고 해 봐야 시내전화를 중심으로 핵심수익원으로 시외 및 국제전화가 논의되고, 신규서비스로 차량전화 및 무선호출 등이 운운되는 상황에서 현재는 유·무선통신서비스의 대체 및 융합, 통신·방송의 융합 등이 가시화되고 초고속인터넷접속, IMT-2000, Wireless LAN 등 그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신규서비스가 등장하여 시장 및 기술의 변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성장과 변화의 폭이 높은 산업을 담당하다 보면 이를 연구하는 개별 연구자가 가지는 고충과 어려움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IT산업의 환경 및 시장변화를 따라잡고 시장에 앞서 나가기 위한 연구노력과 제반활동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예컨대, 자신이 IT산업의 특정분야에서 전문지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6개월~1년 정도 들여다 보지 못하면 그 동안의 변화 정도에 당혹하기 일쑤이며, 2~3년 정도 쉬다 보면 거의 초보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뒤떨어져 주위로부터 남파간첩(?) 혹은 외계인 취급받기가 딱 좋다. 더구나 특정이슈에 대한 현황파악이 아닌 최적의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정책연구소의 속성을 감안한다면 이로 인해 개별 연구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의 IT관련 교수도 매 학기 방학마다 그 동안의 변화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다음 학기 수업에 반영하기 위해 방학을 연구로 보낸다는 하소연을 들을 때 마다 그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IT부문은 항상 시장의 요구가 거세고 연구결과에 대한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연구자의 연구의욕과 열정을 강하게 자극한다는 장점이 있으며 미약하게나마 자신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성장 및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우리 연구원이 ‘85년에 창립되어 ‘80년대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본격적인 성장 및 발전과 호흡을 맞춰오면서 낙후된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불과 수 십년만에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는데 기여해 왔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IT전문연구기관‘으로서의 역량과 ’Think Tank‘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으로 본다. ’80년대 정부가 정보통신산업을 통해 우리경제의 침체를 극복하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IT부문에 투자우선순위를 두겠다는 그 당시와 ‘03년도 정부가 IT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현재와 비교해 볼 때 IT산업을 통해 국가산업경제를 선도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사안의 긴급함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80년대의 시대적 소명에 따라 우리 연구원이 창립되었다면 ‘03년도 역시 동일한 소명을 위해 KISDI가 새롭게 창립되어야 할 것이며, 차이가 있다면 신생조직으로서 KISDI가 아니라 제2의 창립을 통해 성숙되고 연륜 깊은 중견조직으로서의 KISDI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즉, KISDI가 현재 현안 위주의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지 말고 정책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십분 발휘하여 미래 한국의 청사진과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업그레이드된 연구기관으로 탈바꿈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KISDI를 거쳐 사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KISDI 출신 인사를 포함하여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국가 IT산업의 발전과 미래 한국의 밑그림을 고민하는 討論場으로 적극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