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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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M에 대한 짧은 반성

  • 작성자김효정  주임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센터
  • 등록일 2003.08.18

벌써 KISDI에서 3년차가 되었다. 첫 사회생활에 발을 내딛는 나에게 면접에서 기억에 남는 질문은 CRM에 대한 의견 피력이었다. 이 질문에 대하여 시대적 유행과 더불어 CRM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를 피력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시대적 영향 탓이었을까? 아니면 내 자신이 마케팅 마인드를 확실히 갖춰서 인지 그 후 KISDI에 입사하여 진행하는 과제는 상당히 고객중심적이며, 마케팅 orientated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지난 2년 동안 진행했던 과제에서는 전반적으로 마케팅 전략, 고객만족의 중요성, 고객 data의 확보를 통한 cross- selling 및 up-selling 전략, 통합 CRM의 중요성 등이 그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략의 필요성을 역설하고도, 막상 소위 말하는 CRM 전략이 나에게 적용된 것을 보면 혹 놀랍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내가 구매한 제품을 바탕으로 유사한 전화 및 DM이 백화점에서 올 때, 나의 금융거래 정보를 가지고 나의 필요에 딱 들어맞는 제품홍보가 콜센터에서 올 때, 소소한 짜증과 함께 야릇한 미소가 함께 밀려온다. CRM은 시장과 고객의 변화와 더불어 정보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볼 수 있다. CRM에 대한 정의 및 프로세스와 그 가치 및 실천방안 등은 수많은 책의 범람과 유행처럼 번져가는 기업들의 CRM 경영도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과연 진정한 의미의 CRM을 실천하고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 까 생각해 본다. 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란 다양한 측면에서 다양한 정의가 가능하겠으나, 일반적으로는 고객과 관련된 기업의 내외부 자료를 분석·통합하여 고객 활동을 개선함으로써,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정의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CRM은 매스마케팅의 한계상황에서 고객획득을 위한 무차별적 공략보다는 우량고객이나, 단골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과의 일대일관계의 형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작되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였던 것이 정보기술의 발전이었다. IT의 발전으로 기업들은 고객거래데이터를 data warehouse에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기술면에서의 발전은 고객데이터를 과학적인 분석기법으로 처리해 고객에 관한 정보를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기업들이 멀티채널을 통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므로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 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의 실천 없이는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기 어렵게 되어감에 따라 CRM활동과 통합되어 전개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변화가 나타났다. 이와 같이 고객지향적 패러다임인 CRM은 고객과의 관계 측면에서는 잠재고객의 발굴, 고객의 충성도 제고, 구매패턴 발견을 통한 수익성 증대, 고객이탈방지 등에 이용하고 있으며, 업무영역에서는 마케팅, 영업,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고객 데이터를 이용하여 일대일커뮤니케이션의 실천을 이루고 있다. 즉, 많은 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CRM은 고객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장기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강화하여 고객과의 거래를 지속해나가 개별고객으로부터 수익성을 제고해 나간다는 개념의 활용인 것이다. 이처럼 CRM은 오늘날 시장을 가득 매우고, 널리 활용되고 있는 듯 하나 실제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유와 문제점이 존재할 수 있겠으나 그 중 성공적인 CRM수행을 위한 문제점 및 장애요인을 내가 실제적으로 느끼는 부분에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 첫 번째는 CRM 추진에 있어서 기술선택과 시스템 구비에 너무나 초점을 맞추어, 즉 IT부서의 주도에 따른 기술지향적 사고방식을 보여주어 CRM의 고객중심적 목적을 추구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로는 이론적으로 접근이 용이해 보이는 CRM은 전사적으로 협조가 필요하며 기술적인 작업과 전문적인 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함으로 실천적인 면에서 용이하지가 않으나, 기업들이 쉽게 시작하였다가 지속적인 자원 증가와 복잡성을 이유로 CRM이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세 번째는 CRM추진을 위해서는 현재의 조직구조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CRM은 마케팅부서만의 일이 아니며, 고객지향적인 조직으로의 전환이 요구되며, 여러 관련 부서들의 조직내 긴밀한 접촉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므로 자사의 CRM 성공을 위한 조직개편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객의 프라이버시 차원의 문제이다. CRM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로서도 CRM을 바탕으로 한 전화를 받으면 짜증이 나는 상황이니, 고객에게 편리와 이익을 준다는 이유로 고객 정보를 이용하다보면 고객의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요즘 공감을 얻고 있는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어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CRM과제를 진행해온 나에게 실무에 대한 진지한 고려없이 이론적으로 CRM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바탕으로 기업의 CRM 실행의 어려움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정리하고 싶어서 가볍게나마 CRM에 대한 애로사항을 생각해보았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CRM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많은 고민을 하여야 하며, 외국의 사례를 그대로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위의 문제점과 고민들을 바탕으로 제시할 수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한국적 CRM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한국적 CRM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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