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을 통해 대학입시에서 공대를 기피한다는 기사를 접하고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많은 우수한 학생들이 힘든 과학자나 엔지니어의 길을 가기보다는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는 의대나 법대의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앞둔 많은 젊은이들이 배우자의 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같은 전문직을 가장 선호한다고 하니 학생들의 현실적인 선택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는 “전문직 = 의사, 변호사 ”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었다. 하지만, 과연 의사나 변호사만이 전문가이고 다른 직업군의 사람들은 전문가가 되기 힘든 것일까? 진정한 전문가의 조건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전문직이라면 직업적 안정성과 높은 수준의 보수에만 초점을 맞춰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있는 노력과 과정에서 본질적인 면을 발견하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전문가란 ‘어떠한 한 가지 일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한 가지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의사가 되기 위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서 6년의 의대교육과 함께 5년에 걸친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변호사의 경우에도 사법시험과 함께 2년의 연수원과정 그리고 최소한 3년 이상의 실무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 기간동안 하루평균 12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공부와 실무수습 과정을 통해서 체계적으로 훈련하면서 해당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환자나 의뢰인들이 지니고 있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본적인 문제해결능력을 갖춰 나가게 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고 향상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있다. 학습과정은 전문가 개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전문가 집단내의 상호지적자극을 통해서 이루어지게 된다. 빈번하게 열리는 전공별 학회나 세미나와 같은 전문가 간의 활발한 상호학습만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전문가가 되는데 전문지식은 수레의 한 축에 불과하다. 이러한 전문지식이 빛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성, 맡은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 자신의 이익보다는 환자나 의뢰인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전문가로서 윤리의식이라는 나머지 한 축이 뒷받침되어야만 진정으로 존경받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문가로서의 조건은 단지 의사나 변호사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연구원을 포함한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KISDI 내에서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많은 부끄러움과 아쉬움이 남는다. 올 한해에는 미래지향적으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TV 드라마 ‘허준’에 나왔던 “의원은 병자를 살리고 병자는 의원을 살린다.”라는 대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자신이 치료했던 병자를 통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았던 한 명의의 삶은 현재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의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