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친구가 말한다. “근데, 정통부는 너무 이동전화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것 아냐? 통신사업자들이 시장에서 자유경쟁 하게끔 그냥 내버려 두고 법적으로 넘지 말아야 것들만 정해서 불법행위만 못하게 감시하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왜 인위적으로 간섭을 해서 정통부 맘대로만 하는지 모르겠어. 기업이 기업활동 하는데, 왜 정통부가 간섭을 하지? 이번 번호이동성만 해도 그래. 무슨 근거로 시차도입을 해서 타 회사들만 SK텔레콤 가입자를 빼 갈 수 있고, SK텔레콤은 타 회사들 가입자를 빼 갈 수 없도록 한 거야? 내가 SK텔레콤이면 진짜 억울하겠다. 정통부 눈치 보여서 행정소송도 못 걸고 있는 것 아냐? 정통부가 완전히 관치주의에 절어 있는 것 아닌가 싶어.”
또 다른 친구가 이를 거든다. “내가 보기에도 이해가 안가. 자유경쟁 하게 내버려 두면 지금 통신 요금이 이렇게 높지도 않을 거야. 얼핏 듣기로 SK텔레콤은 요금을 낮출 수도 있고 용의도 있는데 못 낮추게 정통부가 막고 있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국민 편익 증진에 있다면 국민이 원하는 대로 더 좋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요금에 제공할 수 있도록 장려는 하지 못할지언정 왜 요금을 못 낮추게 막고 있는 거야? 처음에야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하니까 요금이 높았다고 하지만 이젠 좀 낮춰줄 여지가 있잖아? 이제 망 다 깔아놨고, 더 돈 들어갈 곳도 별로 없는데, 국민들한테 여전히 비싸게 팔아서 온통 광고 때리는 데나 쓰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생각해 보니 조금만 유심히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 두 친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이 친구들에게는 전파라는 국가 소유의 자원을 배타적으로 활용하는 서비스이기에 국가가 3자가 아니라는 것,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엄청나기에 아무 대책없이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것, 그러한 정책이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효율적인 경쟁체제를 바탕으로 좀 더 큰 국민 편익 증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으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다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음에서 답답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이들이 그런 설명을 들을 창구가 없어 보인다. 언론에서는 그저 현상을 단순히 기술하거나 시종 문제점을 드러내 지적하기만 할 뿐 차분한 설명을 해 주는 경우가 드물다. 그 어느 기자가 그런 해설 기사를 쓰고자 한다면 데스크에서 잘 받아주는 분위기일까? 더군다나 언론사가 해당 정책에 이해관계가 걸려있다고 한다면 더욱더 어려울 것이 명백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그 취지나 의미, 근거를 잘 홍보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새 정부 들어 홍보 기능이 강화되었다고 하나 당장 나부터도 정부로부터 그 어떤 정책의 홍보 메시지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이번에는 TV에서 디지털TV 전송방식 선정에 관한 비판이 한창이다.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