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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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사람

  • 작성자이은곤  연구원
  • 소속통신방송연구실
  • 등록일 2004.04.06



‘괄목상대(刮目相對)’란 말이 있다.
중국 삼국시대에 오(吳)나라의 왕 손권(孫權)이 그의 장수 여몽(呂夢)에게 그가 장수로서 무술에는 능하나 학문을 너무 소홀히 하는 것을 나무라자 여몽은 이에 자극을 받아 학문을 열심히 닦게 된다. 얼마 후에 손권의 모사로 유명하였던 노숙(魯肅)이 여몽을 찾아가 전과 달라진 그의 높은 식견에 놀라워하였다. 그러자, 여몽이 "선비가 사흘을 떨어져 있다 다시 대할 때는 눈을 비비고 대하여야 합니다(士別三日卽當刮目相對)"라고 말하였다는 고사이다.

얼마 전에 문득 책 정리를 하다가 초등학교 때 독후감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서 무지지루하게 읽었던 책 한권을 발견하게 되었다. “공포의 레이저 광선”(1984)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보다가 문득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용 중에 노트북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 설명으로 노트같이 생긴 컴퓨터로 필기, 숙제는 물론, TV나 화상통화까지도 가능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노트북이 불현듯 생각나며 피식 웃음이 나오게 된다.

생활 속의 우연한 발견으로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지만,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정보통신 상품 및 서비스는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가 상상에서 그리던 부분인 경우가 많다. 더욱이 현재의 이러한 정보통신 혁명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단순히 정보 인프라의 문제에만 치우치지 않고 정보의 이용측면까지 확산되고 있는 등 정보화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명확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내가 컴퓨터라는 것을 처음 보고 만져볼 때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린이 회관에서 SPC-1000시리즈를 처음 볼 때였다. 몇 년이 지나 MSX, XT, AT, IBM PC시대를 거칠 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컴퓨터 보유 수준은 두 집 건너 한집, 세 집 건너 한집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부모님께 혼나가면서 몰래 몰래 다녔던 오락실에는 Neo?Zeo, NamCo등 일본 게임기 및 게임들만 존재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가구당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며, 게임방에는 여러 사람들이 즐기는 국산 MMORPG 게임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자국 문자 표기가 가능한 국산 워드 프로세서를 가지고 있으며, 이미 이러한 문화 컨텐츠는 ‘한류’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한국의 이미지를 선진, 첨단의 이미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앞서 괄목상대라는 이야기를 하였지만, 한국이야말로 괄목상대를 해야 할 나라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러한 발전을 이루기 전까지 다른 나라들은 무얼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1999년에 출간된 ‘뛰는 닌텐도 달리는 세가’라는 책에 보면 한 게임사의 중역의 인터뷰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진정한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치열한 노력의 결과로 사카무라 켄 교수는 아래와 같은 평가를 내렸다. “98년 미국동부에서 일어난 인터넷 혁명은 미국에, 2000년대 브로드 밴드 혁명은 한국에 졌다.”

문제는 이러한 치밀한 노력에 한 가지가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꿈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한다. 기술을 처음 수용하거나 상업화 하는 데는 상당한 위험이 따르며, 어느 정도 모험을 걸지 않고는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인터넷이라는 변화된 상황에 대해 일본의 패인은 현재 안정적인 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가장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려고 한 데 있었고, 한국의 성공 원인은 어찌 되었거나 새로운 꿈을 꾸고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에 정면으로 도전해 나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휴대폰이 그러했고, 정보화 고속도로가 그러했고, 누군가 새로운 꿈을 가지고 그것이 위험하지만 열매가 크다는 것을 알고 힘차게 나아갔을 때 우리는 정보화의 선두에 설 수 있었다.

日新日新又日新 나날이 변화하는 환경과 치열한 경쟁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개혁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KISDI 의 구성원들이여. 보다 넒고 깊은 꿈을 꾸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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