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연구원에 들어온 지 4개월이 훌쩍 지났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아주 짧게 끝났지만 공사에 입사했던 것을 시작으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디딘 후, 다시금 적성을 찾아 연구원으로 지난 2월 적을 옮겼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느라 부산하게 보냈는데, 돌이켜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반 년의 시간이 흘러버렸다. 아직은 사회생활에 대해서 뭐라 분명히 말할 수 있을 시간을 보낸 것 같지는 않지만, 그간 나름대로의 느낌과 견해가 없지 않으리라. 이 게시판으로 주어진 기회를 통해 사회생활의 시작 이후 그간 있어왔던 개인적인 삶의 변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판단된다.
벌써 날씨가 무척 더워졌다. 쌀쌀했던 지난 2월부터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후로 나날이 봄을 맞이하며 경이롭게 변화해온 자연의 모습만큼이나 나의 생활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새순이 돋고 잎이 나고 꽃이 피며 녹음이 더더욱 짙어지는 모습들을 아름다운 연구원 내에서 목격하면서 새삼스레 대자연의 변모에 놀라하곤 했다. 오랜 기간 대학에서 반복해서 맞이하던 계절의 변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연구원 생활을 통해 변화되어가는 스스로의 모습에서였을까. 여하튼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지만 다른 환경에서 접한 올봄의 변화는 하나하나 뇌리 속 깊이 각인되는 듯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짧게나마 다녀본 일반 회사의 생활에 비해서도 우선 연구원 생활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복장에서의 변화를 들 수 있겠다. 아침마다 넥타이에 정장을 차려입고 구두를 닦아 신는 작업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반면 연구소에서의 복장은 아마 대학 때 모습의 연장이라고 해도 다름이 없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캐주얼 차림. 하지만 세미나 참석이나 연구진 회의 때는 양복을 종종 입기도 한다. 그래도 양복은 가끔씩 차려입는 복장이라 입을 때마다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단조로운 복장에 작은 액센트를 주는 느낌으로 이제는 양복을 입고 나오는 날도 상쾌하다.
진정한 변화의 시작은 만남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훌륭한 책과의 만남, 새로운 친구의 만남, 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연구원에 들어와서 오가면서 여러 분들과 면식은 점점 깊어가고 있지만, 뭐라 해도 역시 내가 속한 특화연구단의 사람들과의 만남이 연구원 생활 이후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 같다. 윤석훤 단장님 이하 여러 박사님과 선배 연구원들 그리고 동기들을 통해서 접하는 다양한 모습은 곧 연구원 생활에 있어 판단의 기준과 지침이 되는 듯하다. 회식 때의 메뉴선정 뿐 아니라 보고서의 세부양식까지 연구단의 모습에 걸맞게 맞추어 가면서 내 개인적인 스타일도 변화하고 있는 것을 느낀다.
대학에 있을 때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이 찾아오는 날은 무척 설레는 날이다. 우선 선배와 대화를 하면서 다양한 처세의 기반을 예습한다는 점, 그리고 늘 먹던 학교식당 음식에서 벗어나 별미를 접할 수 있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연구원에서의 삶은 이런 일들이 매우 빈번히 일어나는 생활과 도 같게 느껴진다. 사회선배로서 뿐만 아니라 연구원 주변 일대의 무수한 식당을 순례한 선배들에게서 미각 또한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연구원 생활에는 있다. 물론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항상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대학생활의 멋이었다면 동아리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동아리에서 맺어지는 선후배 관계 등 다양한 활동은 든든한 삶의 밑천이요 보람이다. 학교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동아리 활동도 쉽사리 뭉쳐서 하고 때로는 사소한 일에도 함께 모여 밤늦도록 고민하던 모습이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레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적지 않다. 물론 연구원 내에도 다양한 취미생활을 위한 동호회가 있으나 주로 탁구, 축구 등 스포츠 활동이라 대학생활 때 몰입하던 장르와 그 류가 달라 쉽사리 문을 두드리기에 어색함이 있다. 개인적인 용무와 선호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앞으로는 동호회 활동을 통해 연구원 내의 다른 실 분들과 교류를 넓혀야겠다는 생각이다.
연구원은 이름처럼 연구해야 할 일들로 가득해 빨리 적응해 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낀다. 물론 연구원에 들어오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전공분야와 여타의 관심분야가 있겠지만, 경영학 제반의 문제를 다루는 특화연구단의 특성상 전공한 세분야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나의 전공인 회계학 외에도 전략, 마케팅, MIS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한 관심과 능력의 배양이 아울러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아직은 여러 분야에 대한 총괄적인 접근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제나 도전의 과제가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임하는 자세를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이다.
대학생활은 끊임없는 자기개발의 시간이리라.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변화를 모색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적지 않은 선배들을 통해 시간의 부족과 의지박약으로 많은 다짐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아왔다. 혹시나 이렇게 전개될지 모를 스스로의 모습에 이리저리 걱정이 앞선다. 고인 물이 되어 썩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부지런히 동분서주하며 여유시간을 활용해야겠다. 자신의 모습도 연구하며 스스로도 일정한 흐름 속에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이 연구원에 발을 들인 누구나의 목적 중 하나였으리라.
짧은 지면에 여러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늘어놓는 것 같다. 언제나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 두서없음^^. 해마다 연초면 또는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면 사회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화두가 있다. 한때는 ‘느림의 미학’을 강조하면서 느리게 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가다가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라는 말이 가슴을 때리던 때가 있었다. 또한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바른 정신세계를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라는 주장도 있었다. 생활의 단순화를 통해 정말 중요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자세의 미덕을 강조한 것이리라. 역시 연구원에 들어온 후 나의 삶이 아직은 우선순위의 혼돈과 질서 없음으로 가득한 것 같다. 이럴 때일수록 성급하거나 복잡하지 않게 일상을 꾸려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연구원에서의 모습도 이러한 명제들을 순간순간 떠올리며 스스로의 모습을 가꾸어가는 방향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다짐하며 글을 맺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