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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올림픽 덕분에 몸은 비록 피곤하지만 외롭지 않은 밤을 지낼 수 있어 좋다. 운동을 특별히 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거의 모든 운동을 좋아해서 올림픽은 혼자 살고 있는 나에게는 특별한 친구이다. 올림픽이 끝나면 허탈감으로 몇 날을 아쉬워하며 보냈겠지만 그건 나를 외롭지 않게 해준 대가일거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운동이 있지만 그 증 특별히 좋아하는 운동은 테니스이다. KISDI에 면접보기 위해서 온 날 면접장보다 원내에 있는 테니스장을 먼저 둘러 봤으니 나의 테니스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진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테니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과거 ‘전인교육’이라는 교육이념이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야구를 좋아해서 매일 동네 친구들과 야구만 했던 나를 남자는 여러 가지를 해 봐야 된다며 부모님께서 운동장, 골목이 아닌 테니스코트에서 레슨을 받게 한 것이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였다. 하지만 별로 흥미를 가지지 못했고(코치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불과 3개월 후에는 동네 골목으로 다시 돌아갔다.
다시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에 테니스장이 있어 그냥 친구하고 쳐 봤던 것이 지금까지 테니스에 대한 사랑을 지속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테니스에 대한 매력에 빠져 학교 교과서보다 테니스 관련 서적을 더 많이 봤던 것 같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강력한 스트로크, 코트를 갈라놓을 듯한 스매싱, 상대의 허를 찌르는 드롭샷... 늘 마음은 마이클 창, 보리스 베커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테니스도 사람이 하는, 사람과 같이 하는 운동이 아닌가? 군대 제대 후 PC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테니스 사랑에 대한 시각이 조금 바뀌게 되었다. 테니스 그 자체에 대한 매력도 크지만 결국 테니스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음이 테니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3차 산업 위주의 소비활동을 하는 나로서는 ‘운동 후 음주’라는 동호회 활동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유혹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이로 인해 잃은 것들도 있었지만 많은 추억과 소중한 선후배들은 나의 큰 재산이 되었다. 테니스가 인간관계를 넓히는데 더 없이 좋은 도구였던 것이다.
지금 나는 KISDI에 입사하여 두 번째 맞는 휴가 중이다. 작년에는 이사를 해서 제대로 휴가를 보내지 못했다. 이번 휴가가 실제로 나에게는 처음 맞는 휴가이다. 휴가 중 뭘 하고 보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테니스 투어를 하기로 했다. 지방에 있어 평소에는 얼굴 보기 힘들었던 선배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어제는 서울에 있던 선배들부터 만나기로 하고 그들이 운동하는 코트로 갔다. 그들이 같이 땀 흘리며 운동했고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간단히 술자리를 했다. 새벽 5시에 들어왔다. 지금도 머리가 아프다. 그러나 누구의 잘잘못도 따지지 않고 누구에 대한 바램도 없고 오직 테니스만을 안주로 그들과 같이 한 시간들이 너무 좋다. 지금 나는 이 글을 쓰고 나면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지방으로 가려 한다. 휴가가 끝나면 늘어난 몸무게, 초췌한 얼굴이 남겠지만 이는 그들과의 추억을 얼마나 만들어 왔는지를 말해주는 것일 것이다. 나는 지금 추억 만들러 간다. 라켓 휘날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