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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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오랜 벗, 오페라!

  • 작성자양한규  연구원
  • 소속우정경영연구센터
  • 등록일 2004.08.30

몇 해 전 아주 유명한 시인께서 돌아가셨다. 최근 여러 시인들에게 설문을 했는데 여전히 그분이 한국 대표시인으로 첫손가락에 꼽히셨다. 요즘도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친일 문제와 무관한 인생을 사시지 못했기에 시인으로서의 삶에 많은 과오를 범하셨다고 스스로도 자인하셨는데, 여하튼 그분의 詩만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나도 가끔씩 그분의 시를 떠올리곤 한다. 그분은 명시들로 유명하시지만 TV대담을 통해 알게 된 독특한 취미생활(?)에 관한 이력 또한 아주 인상 깊다. 나이가 드시면서 언젠가부터 세계의 名山들 이름을 줄줄이 외우기 시작하셨는데, 이후로 넓은 세계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는 다양한 비결 중의 하나가 마냥 좋아서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을 그때 대담에서 강하게 받았었다.

오래 전부터 이력서 취미 또는 특기란에 무엇을 쓸까 고민하면서 무언가 색다른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하지만 바쁜 입시공부 외에는 별달리 짐스러워 보이는 것을 덧대고 싶지 않았기에 또 하나의 의무감으로 남아 있는 선택사항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파바로티의 나폴리 민요’ LP판은 놀라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LP판 표지를 풍만하게 채운 파바로티의 얼굴, 막강한 파워로 음악실을 가득 채워놓던 그의 목소리는 일순간 정신이 번뜩 들게 했고 현란한 노래솜씨는 더욱 귀를 기울이도록 만들었다. 아마도 그때의 강한 인상은 내가 ‘클래식 감상’을 취미로 해야겠다는 다짐을 은연중에라도 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시절 클래식에 대한 관심은 명곡집 테이프 몇 개에 지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오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 아르바이트로 짬짬이 여윳돈도 있게 되자 다시금 파바로티의 추억을 상기하며 클래식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성악,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곡 등등을 다양하게 들으며 또한 참고서적들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주워들은 풍월로 한두 장씩 음반수집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고, 샘솟는 관심은 어느새 단골가게까지 생기게 했다. 때마침 기술의 발전으로 LP나 Tape의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매체인 CD가 급속도로 보급되던 때였다. 음질 문제는 항상 감상자들에게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준 CD는 정말 놀랍도록 고마운 기술이었다. CD의 매력이 나의 감상이력을 더욱 가속화시켰음은 물론이다. 요즘은 MP3가 보급되어서 더욱 쉽게 어디서나 명음반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래도 한때 나와 무수한 시간을 함께 했던 천여 장의 CD들은 지금도 나의 작은 자취방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어진 기술의 또 다른 변화는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정말 좋은 시절에 시작된 나의 클래식 감상은 통신 시대가 도래를 하면서 더욱 꽃피게 되었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등을 중심으로 많은 통신 동호회들이 생겨났고 개개의 대학별 동아리 형태의 점조직은 전국적인 조직으로 탈바꿈되면서 참여자의 인식과 교제의 지평을 넓혀놓았다. 나도 또한 통신 동호회 활동을 시작으로 관심과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면서 적극적인 연구 감상의 체계를 갖출 수 있었다. 지금은 인터넷의 확산으로 단순한 클래식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대별 장르별 작곡가별 동호회가 생겨나 클래식을 심층적으로 감상하려는 시도는 더욱더 일신해가고 있다.

본시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나는 인터넷 시대의 시작으로 클래식 감상 중에서도 더욱 성악에 집중하게 되었고, 종합예술로서 도전적인 주제이던 ‘오페라’를 주요한 관심과 집중연구의 대상으로 삼게 되었다. 인터넷 오페라 동호회가 결성되어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베르디, 모차르트, 푸치니, 바그너 그리고 슈트라우스 등 다양한 작곡가의 오페라들을 함께 관람하고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정말 행복한 취미생활에 흠뻑 젖어들었다. 특히 오페라는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 역사, 무대미술 등 다방면의 문화적 관심사들을 포괄하는 종합예술 장르인지라 계속되는 흥미로움은 끝을 알기 힘들 정도였다. 오페라는 듣는 것과 동시에 보는 것이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장르인데 이러한 때에 DVD의 등장은 국내 공연 오페라 레퍼토리의 한계를 극복해주는 일익을 담당했다. 이전에도 CD와 더불어 영상까지 함께하는 LD라는 매체가 있었으나 고가인데다가 기억용량이 너무 작고 부피는 커서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었다.

IT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다채로운 매력을 끊임없이 더해온 오페라 감상. DVD로 세계의 다양한 문화 양상을 접하게 되면서 약간은 과한 것 같지만 새로운 소망이 점점 싹트게 되었다. 영상으로만 접하던 세계 유수 오페라하우스들의 공연을 언젠가는 반드시 직접 보리라는 미래에의 희망 말이다. 물론 한국에도 오페라하우스가 서울과 대구에 생겨나 문화예술의 터전으로 좋은 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넘치는 감상의 열망을 채우기에는 아직도 부족함이 남는다. 더욱 실제적인 것을 보고 느끼며 올바른 비판적 감상자로서 자질을 더욱 함양하고픈 바람이 있다. 물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바탕으로 애호가들 사이의 좋은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국내 무대에도 세계 수준의 오페라 공연이 펼쳐질 그날까지 함께 노력하는 멋진 관객으로서의 모습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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