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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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취미생활

  • 작성자정현경  연구원
  • 소속경영전략연구센터
  • 등록일 2004.10.07

붉은 조명아래 빛나는 체인으로 온몸을 휘감은 가죽 재킷들이 머리를 흔들고 있다. 쇳소리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공연장이다.

점점 뜨거워지는 앰프 곁에 낯익은, 아니 낯선 얼굴이 보인다. 선배다.
신기하다. 내가 아는 얼굴이 무대 위에 있다니.

대학원 시절 만난 선배의 귀에는 항상 이어폰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어폰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차라리 소음에 가까웠고, 옆에서 내가 부르는 말소리도 전혀 듣지 못할 정도였다. 나이는 서른인데, 신기하군.

게다가 이 선배는 밴드를 한다고 했다. 주말마다 서울에서 밴드의 연습에 참가했고, 가끔 직접 기타를 들고 연주를 하기도 했다. 열심이구나 싶었다.

선배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고, 밴드를 했다고 한다. 대학 와서 '좀 심하게' 음악에 빠졌었고, 그러다가 여자친구가 도망갔다나? 이 있을법한 뮤지션 스토리는 특이하게 궤도를 달리한다. 지극히 '정상적'으로 '정상적인' 직장에 들어갔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공부의 필요성도 느껴 대학원을 온 것이다.

생존을 위한 생활은 계속하되, 다만 어긋나지 않게 그 톱니바퀴를 원활히 돌리고자 기름칠을 한단다. 윤활유라. 말이 되는 얘기다.

예전에 함께 음악을 했던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프로로 전향해서 하루하루 일거리를 찾아 고민하고, 생활고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참 효도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선배는 졸업 후 SI회사에서 프로젝트에 치이며 근무를 하고 있다. 무대에서의 선배와 고객 앞에서 PT를 하는 선배의 모습은 동일인이라고 믿기 힘들지만 또 그 자리에 참 익숙해 보인다.

일탈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참 낭만적인 취미생활을 좀 ‘심하게’하는 사람. 그렇게 보는 게 이해하기 편하다.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어찌 말과 대화로만 이루어지겠는가. 글도 하나의 채널이며, 어느 정도 돌려서 무언가를 빗대어 쓰는 소설이나 시도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며, 그림도 마찬가지고 요즘 많이 찍는 사진도 같은 맥락에 있다.

이 선배는 무대에서의 딱딱한 몸짓과 가끔씩 쓰는 곡에서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만의 채널을 하나 더 가지고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리라. 서로가 서로를 설득시켜야 하고 그 과정에서 때론 싸움과 더 큰 전쟁까지 마주쳐야 하는 현실에서, 충돌을 막고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더 있다는 건 큰 복이다.

선배에게 무대에서의 시간은 일탈의 시간이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든지, 산이 좋아 산에 오르든지, 흠뻑 땀에 젖어 테니스를 치든, 혹은 술을 진탕 마시고 정신을 잠시 놓든지, 뭐 어떠한 방법이든지 일상으로 돌아올 수 만 있다면 ‘건전한 일탈’이야말로 갖은 스트레스와 부담을 치료할 유일한 길인 듯 하다. 더군다나 이 정도의 편익이 없다면 이 선배가 별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이 일에 매진할 이유가 있겠는가.

요새 관심을 갖게 된 재즈 음악들을 듣다가 피아노 건반 소리와 드럼 소리가 너무 좋아 선배에게 물어봤다. 실용음악학원의 초보코스가 있는데 최근에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반도 많이 생겼단다. 특히 홍대나 신촌 근처에 있는 합주실에서 개별적으로 레슨을 받으면 체계적으로(한편으론 지루하겠지만) 배울 수 있고, 또 인터넷에 있는 직장인 밴드 동호회에 가입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나는 최근에 회사에서 하는 테니스 강습을 시작했고, 어릴 적 배우다 말았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라켓을 휘두르면서, 건반을 두드리면서, 몸을 움직이면서, 박자를 느끼면서, 제대로 삶에 윤활유를 칠하는 나의 모습을 꿈꿔본다.

또 누가 아는가. 늦게 잡은 드럼 스틱 두드리며 어딘가의 무대위에 내가 있을지.

울려라 기타야. 터져라 앰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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