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광임을 자처하는 나는 그간 수많은 만화책을 읽어왔다. 어른이 된 지금도 주말이면 학원물, 역사물, 그리고 만화책의 꽃인 순정물에 이르기까지 편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두루두루 섭렵하며 만화책을 읽고 있다. 내가 만화를 읽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화책을 보면 즐겁고 유쾌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때는 나로 하여금 자신을 반성하고 다잡아 보는 기회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만화 중 “내일은 왕님”이란 만화 역시 그런 만화 중 하나였다. 이 만화는 대학시절 만화방 주인아주머니의 강력한 추천으로 읽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이쁜 구석이라곤 찾을 수 없는 여자주인공 때문인지 그다지 마음이 끌리지 않았지만 한권, 한권 읽을수록 거기에 빠져들게 되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내일은 왕님”은 시골에서 상경한 한 여대생 “사사야 유우”가 극작가겸 연출가로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만화 첫 장에서 묘사한 사사야 유우는 다듬어지지 않은 짙은 눈썹(사실 눈썹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송충이 두 마리..)과 어머니 세대의 패션감각에 맞먹는 스타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의도치 않은 눈길을 받는 여대생이었다. 시골에서 상경해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리며 생활을 하는 여대생 사사야 유우는 어느 날 우연히 친구 미치코의 소개로 소극단에서 하는 “계관시인”이라는 연극을 보게 된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대학도 가기 힘들었으나 돌아가신 할머니의 적극적인 지지로 선산을 팔아서 대학에 오게된 유우로서는 생전 처음 보는 연극이었다. 하지만 유우는 연극을 보자마자 이것이 바로 자신이 평생을 두고 걸어가야 할 길임을 깨닫게 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유우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이 상처 입기도,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극배우 이치이 토야, 극단 아란동의 쇼고 단장 등 주변 사람들의 독려와 따끔한 조언으로 결국 “되돌림 고개”라는 자신의 연극을 멋지게 성공시키고 사랑하는 사람이자 연극의 동반자인 이치이 토야와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만화는 끝을 맺는다.
작가인 야치 에미코는 “내일은 왕님”을 통해 단순히 천재 아가씨의 성공기를 그려나간 것이 아니라 연극에 "ㅇ"도 몰랐던 유우가 동료들의 도움과 자신의 노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가고 있어 보는 이에게 뭉클한 무엇인가를 전해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 유우가 연극에서 최고가 되겠다며 외친 “내일은 왕님”이란 대사는 나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지금은 보잘것없지만 언젠가는 그 세계에서 왕이 되겠다는 유우의 다부진 의지를 보여주는 멋진 대사였다.
“내일은 왕님”이라는 만화를 통해 나는 우리가 인생에서 왕님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꿈과 동료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찾아가고자 하는 “꿈”을 찾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꿈”까지 달려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유우처럼 “내일은 왕님”을 외치며 스스로의 목표를 세우고 그 곳을 향해 매진해 나가지 않는다면 금방 복잡한 인생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유우에게 이치이 토야와 쇼고 단장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에게 든든한 동료가 없다면 그 과정이 더욱 힘들게 될지 모른다.
“내일은 왕님”이 전하는 동료의 소중함은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된 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연구원에 들어온 후 처음해보는 직장생활 탓인지 마치 유우가 연극무대에 처음 섰던 때처럼 낯설음에 자신감을 잃고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했었다. 그때 나에게는 큰 숨 한번 내쉬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다. 잘해야겠다는 의지만 앞섰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힘들어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우가 그랬던 것처럼 연구원에서 만난 멋진 선배님들과 동료들을 통해 조금씩 연구원 생활을 배워가고 적응해 나가며 내 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9월에 부산에서 개최했던 Asian DHX(Digital Heritage Exchange)Forum도 무사히 잘 치룰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쇼고 단장처럼 모르는 것을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선배들과 동료가 없었다면 9월 행사는 개최되지 못했을 것이다. 행사를 마치고 난 지금은 연구원 생활에 자신도 많이 생겼고 앞으로 “왕님”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여유도 생긴 것 같다. 아직 왕님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리고 언제 될지도 모르지만 옆에서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좋은 동료가 있기에 왕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이 그리 외롭고 힘들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내 주변에 “내일의 왕님”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료가 있다면 선뜻 손 내밀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