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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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정보, 내 의지로!

  • 작성자이민영  연구원
  • 소속디지털미래연구실
  • 등록일 2004.11.22

무릇 대한민국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보호를 천명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우리 헌법 제10조가 이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관한 위 조항에 의해 개인정보의 보호가 헌법적으로 인정된다고 일컬어진다.

이러한 헌법적 논의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 즉 정보주체의 자기 정보에 대한 자율적 결정 권능이 도출된다고 보고 이를 정보자기결정권(情報自己決定權: Recht auf informationelle Selbstbestimmung)이라는 용어로 부를 수 있다. 이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인가를 자유로이 결정할 권한은 인간의 존중과 인격의 자유로운 전개에 해당하여 법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파악하여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가 결정한 1983년의 인구조사판결에서 처음 인정된 개념으로서, 자신에 대한 정보가 언제·어떻게·어느 범위까지 타인에게 전달·이용될 수 있는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미국의 정보프라이버시(information privacy)와 동일한 개념이라 볼 것이다.

이러한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인 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하여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하여 권리침해가 발생하였음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과 충분한 구제에 어려움이 있다. 이 권리가 해당 개인정보에 대하여 열람·정정·사용중지·삭제 등을 청구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권익으로 구성되는 까닭에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정보주체의 정보자기결정권을 제어하는 기제를 형성하는 관리사회는 일망감시시설(一望監視施設)인 Panopticon과 같은 감옥사회로 전락하고야 만다. 감시자를 중심으로 건축된 바퀴모양의 감옥인 Panopticon은 원래 공리주의적 견지에서 Bentham이 고안한 것이지만, 일상생활에서의 감시를 낳고 있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간파한 Foucault는 감시자가 언제든지 죄수를 그 관찰 아래 놓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Panopticon을 감시에 관한 사고의 전형으로 파악한 것이다.

정보자기결정권에 관한 문제는 무엇보다 보호법익으로서 개인정보를 보호가치의 범위 내로 끌어들이는 데 가장 기초적인 출발선이 될 수 있으며,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지의 여부가 개인정보보호법제도의 분석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기에 소홀히 다룰 수 없다. 더욱이 개인정보의 보호에 관한 법제도가 일천한 우리나라의 현실적 상황 속에서 그 정비를 위한 지침이 되어야 할 준거 역시 정보자기결정권이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예컨대 형사소송규칙 제40조에 대한 헌법소원(헌법재판소 1995.12.28. 선고 91헌마114 결정)이나 지난 1990년 구 국군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내려진 확정판결(대법원 1998. 7.24. 선고 96다42789 판결) 등에서 볼 수 있듯, 자기 개인정보를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일정한 권리를 정보주체에게 인정하고 헌법상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지닌 현대적 의의를 정보자기결정권의 측면에서 헌법적 보호대상임을 확인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는 우리나라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개인정보의 보호에 있어 자신의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능동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헌법이론상 기본권으로서의 효력이 부여되므로 필요한 경우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지만,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하며, 부당한 침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규범적 기틀은 마련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나의 정보를 내 의지대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여 개인정보침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정보주체로서 우리의 개인정보에 관한 권리를 우리 스스로 지키는 첫 걸음이며, 그만큼 권리의식과 정보환경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터이다.

정보사회에서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익명성의 보장이 절대적일 수 없음은 기술적 진보에 따른 시대적 조류라 하겠지만,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입법정비에 있어 정보자기결정권이라는 정보주체의 기본적 권리가 실체적·절차적 규범체계의 근본적인 기준이자 종국적인 가치가 될 수 있도록 형성한 연후에 이를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권리를 개인이 행사하기 힘든 오늘날의 시대에는 대의민주주의를 원용하여 정보자기결정권을 대리하는 국가기관으로서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설립이 요구되며 여기서 개인정보에 영향을 주는 사업 등에 대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논의는 정보주체의 정보자기결정권과 유리된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그 중심에 내 의지대로 나의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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