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이라는 특징일 것이다. 이러한 매체로서의 특징이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공간이 인터넷 게시판이라는데 이견(異見)을 두기는 어렵다. 유명 포털 사이트나 신문, 방송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은 순식간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 나가 이른바 인터넷 여론을 형성하고 이는 곧 현실세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방송제작진들은 드라마 폐인을 자처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인쇄매체에서만 접했을 경우 쉽게 지나쳤을 법한 혹은 기사로서의 가치도 인정받기 어려웠을 ‘개똥녀’ 사건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서 역으로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례들은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즉,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기존의 매체들이 가지던 컨텐츠 생산자이자 공급자로서의 독점적 지위가 약화되는 반면 컨텐츠의 소비자는 제작과정에 점차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이른바 프로슈머가 되어가게 된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대표격인 인터넷, 특히 인터넷 게시판의 장점이라 한다면 어느 누구나 의제를 제시하고 의제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다는 개방성과 자신의 의견에 대한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는 법, 익명성으로 무장한 인터넷 게시판은 글을 쓰는 상대에 대한 존중을 찾기가 쉽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반하는 이들을 대할 때 상대방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토론자로 여기기보다 적으로 상정하는 자세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형편에서 인터넷 게시판은 피아간의 생각과 주장의 차이를 확인함으로써 상대를 인정하고 나아가 합의점을 도출하는 생산적인 공간이 되기보다는 나와 입장을 같이하는 사람 이외의 ‘적’들과의 투쟁의 장이 되어 무차별적인 언어폭력이 난무하고 결국 승자도 패자도 상처만 남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시판 자체 정화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나온 방안으로 인터넷 실명제가 있다. 이미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이트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이를 확대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더이상 사이버테러가 용납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는 자각에서 출발한 것이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가로막고 남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점에서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우리가 더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은 이러한 제도적인 부분이 아니라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들어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먼저가 아닌가 싶다. 자신의 얘기만을 들어주기 위함이 결과적으로 가장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의 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음을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나에게 이러한 의미를 되새겨준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한 대목을 끝으로 이 글을 맺을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