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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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경청(敬聽)

  • 작성자음수연  연구원
  • 소속디지털미래연구실
  • 등록일 2005.10.04

사람의 얼굴에는 눈, 코, 입, 귀가 있다. 이 중에서 눈은 사람의 영혼을 비추는 창이고, 코는 날숨과 들숨으로 생기가 드나드는 창이며, 입은 사람의 인품이 나오는 창, 그리고 마지막으로 귀는 다른 이들의 말을 듣는 지혜의 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듣기보다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말을 할 때에도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남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기 쉽다. 남이 자신에게 해주는 말은 짜증나는 비난으로 듣지만, 자신이 남에게 해주는 말은 지혜로운 충고로 들릴 것이라 믿는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의 한 코너에서 유행시킨 표현 중에 “됐거든~”이라는 말이 있다. 대화 상대의 말을 자를 때 그보다 편한 표현은 없다. 이에 반해서 공자는 ‘이순(耳順)’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순(耳順)’이란, 학자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르지만,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가 없다. 즉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이해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년 전 생일에 친구가 책 한 권을 선물해줬다. 바로 크빈트 부흐홀츠의 [책그림책(BuchBilderBuch)]이다.
이 책은 크빈트가 그린 그림을 밀란 쿤데라, 체스 노터봄을 비롯한 46명의 유명한 작가들에게 보내고 각 그림에 글을 써달라고 부탁해서 완성된 책이라고 한다. 그 색다른 시도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 나는 책을 읽으면서 각각의 그림들에 제목을 붙여보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그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것들에 상상력을 더해 글을 써 보곤 했다.

크빈트가 그린 수십장의 그림 중 가장 마음을 끈 그림은 이 옆에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 나는 “독서는 지혜로운 경청(敬聽)이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진중한 표정과 탐구하는 눈빛으로 책에 귀를 대고 겸손하게 경청하는 그림 속 노인의 모습이야말로 아는 것이 지극한 경지에 달한 ‘이순(耳順)’의 모습을 표현할 것이 아닐까 싶다.

디지털 시대에 사는 우리는 모아져 있는 정보들을 인터넷 검색엔진을 통해 쉽게 찾아내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하여 즉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다량의 지식을 빠른 시간 내에 찾아서 이용하기에 인터넷만큼 좋은 도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발견한 지식을 곱씹으며 깊이 생각하고, 자신을 반추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은 독서가 최고일 것이다.

파랗고 높은 하늘과 청명한 바람이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는 격언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이번 가을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 속에 담겨있는 지식들을 겸손하게 듣고 배우는 시간을 가져 우리의 마음을 지혜로 갑북하게 채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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