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럽게 결정된 해외출장이라 준비가 많이 부족했지만 처음 가보는 독일과 정보통신 관련 전시회에 대한 기대가 나를 무척 설레게 하였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생활에 지쳐가는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니 낮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금세 기대로 바뀌었다. 하노버 공항에서 CeBIT(Centrum fur Buro und Oranisationstechnik: 사무 및 정보기술의 중심지라는 뜻이란다) 전시관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중에 보이는 빨간색 삼각 지붕을 한 집들과 잘 가꾸어진 숲이 여기가 독일임을 실감나게 하였다. 이러한 이국적인 풍경 중에서도 당당히 서있는 삼성의 광고판과 깃발들이 우리기업들의 세계적인 위상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가슴 뿌듯하게 하기도 했다. 전시장에 도착하니 총 20개가 넘는 전시관의 크기도 크기려니와 이렇게 큰 전시관을 가득 매운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CeBIT의 위상을 말하는 듯하였다.

독일 하노버에서 매년 개최되는 CeBIT은 미국의 컴덱스(COMDEX)와 더불어 정보통신 분야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박람회이다. 미국의 컴덱스가 첨단기술이나 신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박람회인데 반해 CeBIT은 시장에서 상용화된 기술과 상품의 판매 위주의 전시회라 한다. 매년 초반에 전시회가 개최되는데 올해에는 3월 9일부터 일주일간 개최되고 있었다. CeBIT의 주요 전시분야는 전자장비, 통신, 사무기기 등의 거의 모든 정보통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2백여 개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주최국 독일과 중국, 대만에 이어 참가기업수로 4번째 규모라 한다.

CeBIT은 하노버 박람회를 주최하던 도이치메세(Deutche Messe AG)가 1970년 전시관 북쪽에 사무기기 전시장을 개관한 것이 그 시초이다. 1986년부터는 하노버 CeBIT 박람회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박람회로 개최되기 시작하였다. 1987년에는 심한 눈보라가 하노버 시를 휩쓸어 눈이 1미터나 쌓여 “SnowBIT"이 되었을 때도 정시에 개관을 하였고 40만이라는 관람객을 기록하여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는 개기가 되었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과 더불어 크게 성장하여 순수 전시면적만 해도 20만 평방미터가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의 박람회가 되었다. 더구나 올해는 월드컵효과를 노린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박람회에 참가하여 세계 73개국의 6천여 개가 넘는 기업들이 전시회에 참가하였다.

하노버 CeBIT 박람회 참관은 정보통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서비스 확산 정책에 못지않게 기업들에게 자연스럽게 해외의 기술과 시장추이를 알 수 있게 하는 박람회의 개최도 중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기술개발, 서비스확산 촉진 등의 정부정책과 IT분야의 국민적 관심으로 인해 정보통신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과 국민들의 관심은 앞으로 계속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세계수준의 정보통신 박람회의 육성은 관광 등의 여타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업들과 경쟁의 장을 제공하고 국민적 관심을 유지하게 하여 IT 강국의 지위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