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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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The Exorcism Of Emily Rose)

  • 작성자김유석  연구원
  • 소속공정경쟁정책연구실
  • 등록일 2006.10.30


이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영화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였다. 실제로 1976년 독일에서 3년 동안 초자연적인 원인으로 고통 받다가 사망한 여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공포영화이면서, 엑소시즘을 행한 신부의 과실치사 여부를 가리는 법정 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영화는 실제 엑소시즘을 행할 당시의 녹음테이프와 주변인들의 증언을 통해서 ‘에밀리 로즈’ 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고 ‘에밀리 로즈’ 역을 맡은 여배우 또한 매우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준다.

독일의 한 시골에서 성장한 신앙심 깊은 소녀 ‘에밀리 로즈’ 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혼자 자던 어느 새벽, 무언가 타는 냄새를 맡고 잠에서 깬다. 시각은 새벽 3시. 그녀는 불이 났나 싶어 복도로 나갔고 세찬 바람에 출입문이 덜컹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했으나 자신의 몸에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그날 이후 그녀는 매순간, 어느 곳에서든 악마의 형상을 보게 되고 ‘에밀리 로즈’ 에게 들어온 악마는 그녀의 몸을 상하게 하고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가한다. 그녀의 증상을 간질로 판명한 의사들은 약물치료를 처방하지만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악마의 힘은 더욱 커져간다. 그러던 중 ‘에밀리 로즈’ 는 신부님께 엑소시즘을 부탁하게 되고 마을의 카톨릭 교구에서는 정식으로 엑소시즘을 행할 신부님을 파견하게 된다. 그러나 엑소시즘은 실패하게 되고 그녀는 엑소시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신부님은 ‘에밀리 로즈’ 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신부님의 석방을 위해 고용된 변호사 또한 소송이 진행되면서 심상치 않은 경험을 하게 된다.

‘에밀리 로즈’ 는 엑소시즘이 실패하고 사망하기 얼마 전 성모 마리아님의 환영을 보게되고 그 후 신부님께 편지를 보낸다. 편지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마리아님을 보았습니다. 마리아님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당분간 너에게서 나갈 것같지 않구나. 에밀리, 나와 함께 가자. 남아 있으면 너에게 고통뿐이란다. 물론 선택은 네가 하는 것이다. "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신앙심이 깊고 바르게 살던 ‘에밀리 로즈’ 인데 그런 그녀에게 신은 왜 이런 고통을 주시는지, 왜 고통을 물리쳐주시지 않는지, 이런 상황에서 신은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그녀는 따져 물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 로즈’ 의 생각은 달랐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통해, 그리고 그것을 피하기 위해 (악에 굴복하게 되는) 죽음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이 신의 존재를 느끼기를 바랐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것을 순명으로 받아들였고 종교적 강요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 따라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남겠다’ 는 한마디는 신에 대한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대답이었고 인간 의지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성모마리아께서 ‘성령으로 잉태’ 되셨음을 알고 난 후 그것을 받아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에서 신부님은 그녀가 성인이 될거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에밀리 로즈’ 의 무덤은 비공식적인 성소가 되었다고 한다.

종교를 주제로 하는 영화들은 대부분 강력한 신이 존재한다는 것과 신앙이 가치있는 것임을 무서운 신, 고통스러운 징벌 등을 통해서 보여주는 경향이 많다.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는 강력한 신을 보여주거나 신앙의 가치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닌 고통속에서도 순명과 희생을 통해서 신에게 가까이 간 한 인간의 모습과 그 인간의 위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순명(운명이기도 한)은 신이 일방적으로 떠넘긴 짐이 아닌 우리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서 가지게 되는 것이다. 선택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지금 자신의 운명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운명의 선택과 포기, 통제와 방임 등의 문제가 (전부는 아니라해도) 우리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다.

의미없는 반전이나 무서운 귀신들만 등장하는 요즘의 공포영화들 중에서 제일 나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유신론자이든 아니든, 종교가 있든 없든, 잘 만들어진 이 영화를 한번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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