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 매출이 0원인 공중전화가 전국에 144대 있으며, 월 매출이 1천원 이하인 공중전화는 전국에 5,614대 가량 존재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2012년 7월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공중전화가 7만 8천대 가량이라고 하니, 월 매출이 1천원 이하인 공중전화는 전체의 약 7.4%에 이른다. 2009년 월 매출이 1천원 이하인 공중전화가 전체의 2.2%에 불과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공중전화 이용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의 대학 신입생 시절인 1990년대 중반 공중전화는 실외에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다. 당시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위해 공중전화 부스 앞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지하철역, 도서관뿐만 아니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당시 유행하던 노래엔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 눈물을 흘리며 말해도 아무도 대답하지 않고 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 개뿐” 이라는 가사가 있을 정도로 다수의 사람들이 공중전화와 연관된 추억을 한 두 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필자 또한 군대에 입대하여 처음으로 집에 전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기다리던 떨림을 아직까지 잊지 못한고 있다.
공중전화의 추억이 아직 잊히지 않은 지금 공중전화가 애물단지로 전락하였다는 얘기를 종종 듣고는 한다. 실제 공중전화 이용이 필요한 경우 주변에서 공중전화를 찾을 수 없는 반면, 전혀 이용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곳에 여러 대가 설치된 것을 볼 수도 있다.
〈월 매출액 구간별 공중전화 대수 추이〉

자료: 《디지털데일리》(2012년 10월 12일자) “응답하라 공중전화…월매출 천원미만 5614대”
공중전화는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절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역무’인 보편적서비스로 지정되어 있다. 보편적서비스로서의 공중전화 제공사업자로 KT가 지정되어 있으며, KT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자가 손실의 일부를 보전하고 있다. 2008회계연도부터는 연도별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 시내공중전화 대수를 적용하여, 이에 해당하는 공중전화 대수의 손실만을 보전해주고 있다.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 공중전화 대수란 ‘무인제 공중전화 중에서 설치가 필요하거나 유지되어야 하는 공중전화 대수’로서, 인구기준 광역시/시는 3천명, 도농복합시/군은 5백명 당 1대, 거리기준 2km당 1대, 의료시설, 관공서, 군부대, 도서․산악지역에 설치된 20,621대를 의미한다. 연도별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 시내공중전화 대수는 2010년 80,275대 수준이다.
과거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 시내공중전화 대수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통신사업자들은 KT가 수요에 비해 너무 많은 공중전화를 설치․운영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였으며, KT는 공중전화 대수가 많음을 공감하지만 철거 및 재배치 등이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당시 수차례에 걸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손실보전금 산정 대상 공중전화 대수를 결정하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공중전화 대수를 줄일 것을 계획하였다. 이에 따라, 공중전화 재배치와 함께 지속적으로 공중전화를 철거하여 현재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지역, 신도시, 뉴타운 등에서 설치를 요청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단체장 공약에 포함되는 등 설치 민원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공중전화 대수를 줄이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공중전화 부스에 광고를 하거나, 공중 Wi-Fi 존으로 활용하자는 등 왜 효율화 노력을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조례 등을 통한 광고의 제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효율화 방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공중전화는 비상시 긴급통화 등 아직까지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고 반드시 필요한 통신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중전화 이용이 급감하고, 대체 서비스가 활성화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로서의 공중전화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것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공중전화의 추억이 아직 잊히지 않은 지금 찾지 않아 사라지는 추억이 되기보다는 보편적서비스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