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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무계 애니메이션 브루미즈

  • 작성자김욱준  전문연구원
  • 소속ICT통계센터
  • 등록일 2012.11.05

EBS 애니메이션 브루미즈를 보신 적이 있나요? 우리 집 사내아이가 언제부터인가 흥얼거리며 즐겨 부르던 브루미즈 노래는 이제 제 귀에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이 나온 지 수년이 지났으나 직접 보지는 못하고 있었으며 다만 캐릭터만 대충 아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서 브루미즈를 우연히 시청하게 되었는데, 보면 볼수록 이 애니메이션이 좀 황당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루미즈는 동물들(치타 스피더, 기린 제리, 원숭이 번지, 사슴 페라, 팬더곰 피티 등)의 얼굴을 가진 자동차들의 우정을 그려낸 국내제작 인기 애니메이션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매력은 동물자동차들이 여기 저기 신나게 달리는 모습입니다. 그런데 신나게 달리는 자동차의 매력으로만 보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동차이지만 친근한 동물로 미화되어 등장하면서 자동차와 사람을 오가는 행위를 하는데, 순하고 어린동물로 미화되기 때문에 이들이 '車馬'임을 문득 잊게 만듭니다. 생명에 위협적이고도 반환경적인 이들의 운전행각이 친근한 동물모습의 자동차라는 귀여움 속에 묻혀 버리는 것이지요. 프로레이싱을 꿈꾸는 '스피더'(치타)가 도로 바리케이드를 무시하고 풀밭으로 들어갔다가, 바리케이드를 뛰어 넘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모습이 주제가 장면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레이싱을 꿈꾸는 또 다른 동물자동차들의 주 무대는 경기장이 아니고 사람들이 살고 있을 법한 마을의 도로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신호등도 볼 수 없고, 차선이 그려져 있지 않는 초록색깔의 도로, 그래서 인도의 존재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그런 마을인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어린이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자동차들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어린이처럼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자동차들의 모습도 좀 그렇고요.

영국에서 제작된 토마스 기관차 동화를 보면 주인공 기관차들이 고장 난 버스의 승객을 실어 나르고, 부지런하지 못한 기관차들을 꾸짖는 검은 정장차림의 뚱뚱한 사장, 그러면서도 기관차들의 하루 애환과 보람을 그려 주면서, 이 동화에서 기차는 그저 기차로서의 기능적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더군요. 이렇듯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수십 년 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토마스 기관차 동화의 비결가운데 하나라고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폄하할 의도는 아닙니다. 다만 브루미즈가 우리나라의 언론으로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칭송까지 받았던 것에 동조하기는 어렵습니다. 브루미즈 캐릭터의 성공적 상품화는 해당 업계에 고무적인 일이지만, 자동차가 전혀 자동차답지 못한 상황으로 일관하는 내용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브루미즈를 통해서 어린이 교통문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는데, 상황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거의 무법천지가 되어버린 우리 주변의 길가를 보세요. 길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찾아보기 어렵구요. 골목과 동네 어귀로부터 쫓겨나서 관공서가 지어준 인공 놀이터에서 빠글거리며 노는 어린이들은 '車馬'들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내준 듯합니다. 마음을 늘 졸이면서 길을 다녀야만 하는 우리세대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브루미즈는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고 상식도 결핍한 반 환경 친화 영상콘텐츠라고 생각됩니다.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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