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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중계기(증폭기)의 전기요금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 작성자박상주  위촉연구원
  • 소속국제협력연구실
  • 등록일 2013.05.14

휴대전화가 보편화된 요즘 어디를 둘러봐도 이동통신 기지국과 중계기를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 중계기와 관련하여 경험한 아래 3가지 사례에서 나타나는 의문점을 함께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유익한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례 1】
  농촌에 사시는 아버지가 휴대폰이 고장인 것 같다며 새것을 사야겠다고 하셨다. 2층 양옥으로 지어진 집 안에서는 전화가 먹통이 된다는 것이다. S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니 인근 기지국의 출력을 높여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집에 소형 중계기를 설치해주고 갔다. 전기요금은 극히 적어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한다. 고맙다며 커피까지 대접하는 아버지 덕에 기사 아저씨에게 질문은 할 수 없었다.(나중에 물어보니 가장 가까운 기지국이 직선거리로 2킬로미터가 넘는 곳에 있다고 한다. 기지국에서 출력을 웬만큼 높여도 효과가 없는 것이 당연하였으리라.)

【사례 2】
  간만에 일산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이모를 찾았다. 지하 1층의 가게 안은 영업 준비에 분주해 보였다. 여느 노래방과 엇비슷한 인테리어의 가게에서 유독 눈길이 자주 가는 곳이 있었다.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이동통신 중계기가 흉물스러워 보일정도로 덕지덕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중계기를 설치해주고 어떤 보상을 받느냐고 이모에게 물어보니, 이동통신사가 임대료는 고사하고 전기요금을 이모가 납부하도록 했다고 한다. 무료로 설치해줬으니 운영에 소요되는 전기는 이모 부담이란 것이었다.

【사례 3】
  작년 여름 2차선 도로가 접한 강남의 작은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를 다하고 보니 휴대폰이 이상해졌다. 수신강도가 약한 것인지 휴대폰에 이상이 생긴 것인지 몰라 K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더니 전파는 이상이 없고 기기의 이상이라며 휴대폰 A/S를 권한다. S통신사를 이용하는 형의 휴대폰은 정상이었기에 나도 기기의 이상으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기기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결을 받고서 다시 연락을 하니 소형 중계기를 설치해준다고 한다. 중계기로 인한 전기요금은 얼마 안 된다며 나에게 떠넘기고 가버렸다. PC 모니터 뒤에 설치된 소형 중계기를 1년 가까이 보고 있으니 점점 의문이 증폭 되어만 간다. 잠시 잊고 지내던 뭔가 이상함이 다시 뇌리에 스치는 상황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중계기는 분명 통신사가 이동통신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제공해야하는 기본 장치인데 왜 유지·운용에 소요되는 비용(전기요금)을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인가?’, ‘옆집 사람과 같은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왜 나는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일까?’, ‘인터넷서비스는 통신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집까지 광케이블을 설치하고 유지·운용하는데 왜 이동통신은 소비자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하는가?’ 등의 의문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통신사의 중계기 겉면에는 ‘무단으로 파괴하거나 운용을 방해하는 사람은 전파법 제82조 1항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 한다’는 무서운 스티커가 붙어있다. 전기 콘센트가 모자라 한동안 전원을 뽑는다면 나는 처벌 받는 것일까.

우선 관련 법규를 찾아보았다. 전기통신사업의 적절한 운영과 이용자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중계기 유지·운용비용(특히 전기요금)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무선국의 무선설비 운용비용은 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고 당연하기에 운용비용 관련 조항이 없는 것이 아닐까.

중계기의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 고객부담’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S와 K통신사에 ‘그 원칙’이 어느 규정이냐고 다시 문의를 해보았다. 각 통신사 모두 하나같은 대답을 하였다. ‘관련 법규가 없고 중계기 설치는 고객 편의를 위해 추가적으로 설치하는 장비·서비스이기 때문에 통신사에서는 전기요금을 부담할 의무가 없으나, 민원을 넣는 고객에게는 고객서비스차원에서 자신들이 계산한 전기요금에 준하는 요금(S통신사는 월 1,000원, K통신사는 월 500원)을 감면해주겠다’는 이상하리만큼 자상한(?) 답변이었다. 중계기는 전파 사각지대를 제거해주는 통신사의 소규모 기지국인데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 아닐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법적 근거도 없는 비용을 고객 대신 부담해준다니 대체 무슨 논리인가. 원래는 통신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소비자에게 떠넘긴다는 말인가. 왜 통신사에 따라 전기요금 계산결과는 두 배의 차이가 발생하며, 설치 당시부터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전기요금을 항의한 사람만 선별적으로 주고 있는 것인가.

본 문제는 ‘이동통신서비스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전파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의문이 먼저 정의되어져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며, 관련 법규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직접 대상이 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반지하 거주자, 지하상가의 자영업자, 기지국이 조밀하지 않은 농어촌 지역민 등)이라는 것과 이들의 쌈짓돈이 거대 통신사의 비용을 메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월 1,000원의 금액은 지난 MB정부가 추진했던 통신요금 인하폭과 같은 금액이라는 점에서 작은 규모가 아니다. 2011년 6월, SK텔레콤은 기본료 1,000원 인하와 무료 SMS 50건 제공 등을 통해 연간 7,480억 원의 통신요금 절감효과가 있을 것이라 설명했었다. 중계기 전기요금을 자부담하고 있는 국민의 정확한 현황은 알 수 없지만(적어도 통신사는 알고 있을 것이다) 상당한 수준의 규모와 액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불공정한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자는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되짚어 볼만 하지 않을까.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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