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
우리는 아날로그 신호를 이용한 기술의 발전을 보았고, 혜택을 입었다. 빛을 이용하여 상(figure)을 필름에 새길 수 있었고,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생생한 연주를 카세트테이프 또는 LP판을 통해 가정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기신호에 실어 보내 먼 거리에 있는 누군가에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은 점차 발전하여 디지털이 등장하였다. 디지털은 0 또는 1만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같았던 우리 모습들을 불과 십여년 만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카세트테이프 또는 LP를 커다란 오디오에 재생하여 들어온 음악은, 순식간에 책 크기의 컴퓨터 또는 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을 통해, MP3 또는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진촬영에 필요한 작지만 무거운 수십 개의 필름을 대신해 손톱만한 크기의 micro SD 카드로 대체되었고, 찍은 사진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로의 전환이 의미하는 점
디지털 기술은 점차 발전하여 우리의 일상에 까지 확산되었고, 따라서 방송 미디어에도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중 TV의 디지털 전환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디지털의 도입으로 종전 아날로그 보다 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어 고화질의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빠른 처리 속도를 통한 영상 압축 기술은 같은 용량 대비 더 높은 화질의 영상을 처리가 가능하다. 높은 효율 때문에 동일 화질 대비 적은 용량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음향 압축기술도 발전하여 집에서도 고화질의 영상과 함께 고음질의 음향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로의 전환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양방향 데이터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매일 보지도 않는 신문을 펼치게 만들었던 “오늘의 TV 방송일정”은 TV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고, 바쁜 시간에도 안방의 TV 앞에 앉게 만들었던 중독성 높은 드라마들은 이제는 그 시간에 보지 못하더라도 VOD(video on demand)서비스를 이용하여 원하는 때에 볼 수 있게 되었다.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에 고려해야 할 점들
방송 미디어의 디지털화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방송 미디어 중 하나인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현재 디지털 라디오의 경우 크게 DAB/DAB+, HD-Radio, DRM+ 3가지 규격이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이 3가지 규격 중 하나를 선정하려고 논의 중이다.

라디오는 방송국이 주파수에 할당 되므로, 어떠한 방식의 디지털 라디오 규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디지털 라디오의 특징 때문에 디지털 전환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디지털 라디오 전환 방식이다. 디지털 라디오 전환이 시작될 경우 이를 돌이키는데 에는 대단히 큰 비용이 들어가므로, 신중한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DAB/DAB+, HD-Radio, DRM+는 각각 다른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다른 나라와의 연동이나, 기존 디지털 수신기 시장의 점유율보다도, 현재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디지털 라디오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둘째는, 주파수 배정이다. 디지털 라디오 방식에 따라서 신규 주파수 배정을 하거나 또는 기존에 할당된 주파수를 어떻게 각 방송사마다 배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천문학적인 사회적인 비용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새롭게 할당되는 주파수가 있다면 새로운 주파수 확보를 위해서 중국이나 일본 등의 근접한 국가들과도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주파수 배정문제는 많은 복잡한 문제를 담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는, 사회적 비용이다. 사회적 비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디지털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구매해야하는 라디오 구매 비용을 들 수 있다. 디지털 라디오는 디지털 신호를 받을 수 있는 라디오를 구매해야하는데, 라디오 청취시간이 가장 많은 자동차는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추가로 디지털 라디오용 수신기를 장착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디지털 라디오 구매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사회 총 비용은 적지 않다. 다음 고려해야 할 비용은 기존의 라디오를 폐기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마지막으로는 기회비용이다. 일시적으로 디지털 라디오 수신기의 보급으로 인하여 많은 신규기업들이 디지털 라디오 생산에 매달리고 있어 사회적 한계 투자비용이 사회적 한계 이윤보다 클 경우,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인 투자가 발생함을 의미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
영국은 성공적으로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을 이룬 바 있다. 영국의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후생의 극대화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후생이 극대화는 정부, 기업, 민간 중 어느 한 쪽이 큰 이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 그리고 민간이 얻는 이윤의 합이 가장 큰 부분에서 선택되어야 한다. 디지털 발전이 그러하듯,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으로 우리가 얻는 이익은 우리가 예상한 것 보다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그만큼 준비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회와 시간을 활용하여 지상파 라디오의 디지털 전환이 우리 세대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