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김희천은 ‘바벨’이라는 작품에서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따라 자전거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뒤따라간다. 그 유품은 아버지의 마지막 행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날 지나친 자전거 도로, 마주오던 차와 부딪히던 순간의 심장박동수, 병원으로 이송되는 시간. 그 유품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아버지와 함께 했던 디지털시계다.
웨어러블 기기나 모바일은 이제 나의 분신이 되었다. 이들이 가진 나에 대한 데이터 총합과 실제 나의 간극은 어느 정도일까, 유발 하라리는 데이터가 우리를 표상하는 것을 넘어, 곧 우리의 자유의지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본주의 시대에 나는 내 삶의 주체이며, 최상의 결정은 나의 감정과 직관에 따르는 것이었으나,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진로, 결혼 등의 중요한 인생의 결정을 데이터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를 데이터이즘(dataism)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러나 이처럼 막강한 힘을 보유하게 된 데이터가 소수 기업의 손에 쥐어진다면? 이러한 현실은 점차 실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의 데이터 독점이다. 이미 영국, 이탈리아, 유럽연합 등은 이에 대해 불공정 거래 요소가 있다는 판단을 내려 제재를 가한 바 있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서도 공정위 김상조 위원장은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의 빅데이터 수집 및 활용 과정에서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내에서도 글로벌 IT 기업의 독점에 대한 논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업의 역동성과 기업가정신을 중시하는 미국에는 역사적으로 반독점법을 통해 석유, 철도 등의 주요 산업 분야의 기업을 분리하거나 해체시킨 선례가 있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막강해지면서 반독점법이 집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최근 가짜 뉴스를 방관했다거나, 광고 가격 책정에서 독점적 권리를 남용하였다고 지적받고 있다. 아마존은 반독점법의 포화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전자상거래 유통망을 다방면으로 확장하면서 이러한 위협의 눈초리는 더욱 거세졌다.
반면, 단순히 시장점유율만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글로벌 IT 기업이 무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오히려 소비자의 후생이 증가한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독점으로 인해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효율성이나 편의성 면에서 개선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디지털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기업을 분리 또는 해체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거대 기업이 등장하게 될 뿐,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존의 반독점법에 근거하여 데이터 시대에 등장한 글로벌 IT 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규제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광범위해짐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지배적인 테크 기업의 독점을 규제하기 위한 세계 각국에서 논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이들의 독점적 지위를 반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이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처럼 이러한 상황에서 당분간 글로벌 IT 기업의 활동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이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주체로서, 시민으로서, 경쟁을 통한 혁신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마련할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자료:
Yuval Noah Harari on big data, Google and the end of free will, The Financial Times(2016.8.26.)
Can the Tech Giants Be Stopped?, The Wall Street Journal(2017.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