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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에 대한 단상

  • 작성자김병우  연구원
  • 소속국제협력연구실
  • 등록일 2019.02.26

필자는 최근에 스타벅스에서 점원의 얼굴을 보고 커피를 주문해본 기억이 거의 없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메뉴를 주문할 수 있는 ‘사이렌 오더’라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에서 나온 서비스라고 하지만, 계산하는 점원이 하나 혹은 둘 뿐인 상태에서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사이렌 오더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고객들은 편리성을, 기업은 효율성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스타벅스 뿐만 아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점은 어느 순간부터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를 마련한 뒤 계산하는 점원들의 모습을 감췄다. 기업이 계산하는 인력들을 생산에 투입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 눈에서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OECD 조사에 따르면, 향후 15-20년 사이에 전체 일자리 중 14%는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고, 31%는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전체 일자리의 약 50%가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제기구에서의 논의 동향을 살펴보면, 유럽지역의 회원국 대표들은 디지털변혁을 논의할 때 항상 일자리에 관한 이슈를 제기하는 편이다. 근로자의 최소인권, 평생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 직장 내에서의 전문훈련 등을 지속적으로 논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가 아닐까? 효율성을 최고로 치는 자본주의의 흐름에 맡기게 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50%가 실직 또는 최소임금으로 살아가게 될 수도 있음을.

물론 더 나은 기술이 있음에도 이전의 것을 고집하자는 것은 아니다. 효율성만을 따져서 의사결정이나 경영판단을 하기보다는,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자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인간의 대체가 아닌 보완을 위해 활용하는 것도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의 소비자가 구매력이 없어진다면 기업, 정부, 더 나아가 사회의 입장에서도 결국 손해다.

지난 1월, 보스턴 MIT에서 열린 AI정책회의에서 인공지능과 일자리에 관한 논의 세션이 있었다. 여기에서 연사로 초청된 월마트 부사장 재키 캐니(Jacqui Canney)는 ‘기술을 사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에 활용하자’는 자사의 슬로건을 소개했다. 연사는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업무(예를 들어 트럭 운송, 바닥치우기 등) 혹은 위험한 업무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이를 통해 절약된 근로자들의 노동시간을 활용해서 교육 받을 여건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최근 월마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라인 식료품점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이전에 없던 온라인 식료품점을 만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소개했다. 현상만 본다면 이 또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보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생각의 작은 차이지만 결과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중요시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의 문제다. 사회 전체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중요시할 때에만 진지한 고민 끝에 포용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더불어 사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돌이켜보면 포용적 성장을 이룰 수 있을지 우려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기대하는 산출을 얻는 것, 효율성. 지금은 최고의 가치처럼 여기지만 인류가 항상 효율성만을 추구하며 발전하지는 않았다. 통치제도에서 효율성만을 따졌다면 군주제만큼이나 효율적인 의사결정체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끝이 어떤지 잘 알듯이, 효율적인 것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이제는 다른 가치들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기다.

<참고문헌>
OECD (2018). Going Digital in a Multilateral World. C(2018)35/REV1, Paris: OECD.

  • 부서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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