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일본은 현대사 전반에 걸쳐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지정학적 시각에 종속시키는데 일가견이 있는 나라였다. 전후 일본 부활의 상징과도 같았던 ‘히노마루(일본) 반도체’의 약진은 이 나라가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지정학적 향수를 불러일으킨 동시에 고도의 경제성장을 구가한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눈부신 성과는 같은 크기의 동시대 실패로 인해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고, 20세기 성공적으로 보였던 세계화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일본의 존재감을 동아시아 언저리로 밀어내 버렸다.시간을 매개로 하는 역사의 회귀성은 무엇보다도 일본에게 좋은 약이 되어 주었다. 21세기 미-중 전략경쟁은 일본이 지정학 무대로의 복귀를 공식화하는 근사한 명분을 부여해주었고, 미국의 가장 믿음직한 ‘팹(반도체 제조 공장)’을 자처하며 반도체 산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된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찾아온 일본은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반도체 제조 산업의 부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껏 일본의 행보로 짐작건대, 어쩌면 반도체 산업의 부활이 아니라 미래 전자산업의 패권일지도 모른다는 기시감마저 들게한다. 본고에서는 ‘히노마루 반도체’의 찬란했던 실패와 불확실한 성공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 시나리오를 조망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목차
I. 서론: 일본 반도체 부활의 포석Ⅱ. 본 론
1. 일본 전자산업과 반도체의 발흥(勃興)
2. 일본 반도체의 황혼기: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
3. 히노마루 반도체의 새로운 도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Ⅲ. 정책적 시사점
Ⅳ. 결 론